전국 11개 노선에 10여개 불과...일부 민자고속도로 아직도 한 곳도 없어...운전자들 "급한 용무·졸음에 무대책" 호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도 전국의 민자고속도로에 졸음쉼터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소와 달리 뚜렷한 설치 기준이 없는 데다 비용을 아끼려는 민자사업자들이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현재 운영 중인 11개 민자고속도로 총 연장 490km 구간에 설치된 졸음쉼터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1개소에 불과하다. 천안~논산 고속도로에 4개, 대구~부산 고속도로 3개, 서수원~평택 고속도로 3개, 서울외곽순환도로 1개 등이다. 용인~서울, 평택~시흥, 수원~광명,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등 일부 민자고속도로에는 아예 졸음쉼터가 한 곳도 없다.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경우 2014년 서울 방향 상행선에 간이 졸음쉼터 1곳이 설치됐을 뿐 춘천 방향 하행선에는 아직도 졸음 쉼터가 없다. 그나마 처음 설치된 졸음쉼터엔 화장실이 없어 민원이 들끓자 나중에 추가설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가 재정을 투입해 건설한 고속도로의 경우 31개 노선 약 3500km의 구간에는 졸음쉼터가 180여개 설치돼 있다.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졸음쉼터 총 193개의 대부분이 재정 고속도로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민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불편과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 주민 A(43)씨는 얼마전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에서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 뻔 했다. A씨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해 잠깐 쉬기 위해 남양주 요금소 앞 갓길에 진입하려다 직진하던 대형 트럭과 부딪힐 뻔 했다. A씨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차가 막혀 족히 3~4시간 걸리는 코스에 휴게소가 단 한 곳 뿐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얼마전 용변이 급해 터널 앞 관리사무소로 들어갔더니 문은 잠겨 있고 뒷마당에는 똥ㆍ오줌이 가득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졸음쉼터가 적은 것은 뚜렷한 설치 규정이 없고 비용을 절약하려는 민자사업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휴게소의 경우 휴게소간 거리가 25km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졸음쉼터는 아직까지 정부의 '권고'를 민자사업자가 따를 지 여부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에서야 연구 용역을 발주해 졸음쉼터 설치ㆍ관리 기준 마련에 나선 상태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들이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휴게소나 졸음쉼터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돈을 내고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안전을 도외시하는 행위"라며 "졸음쉼터는 생활속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자리잡은 만큼 숫자도 늘리고 편리ㆍ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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