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의에, 전당대회까지…휴가 갈 짬 내는 것 어려워
지역구 챙기기로 휴가 갈음도
브라질 리우 올림픽 참관은 특급 휴가
당직자ㆍ보좌관들은 덩달아 한숨만
[아시아경제 오상도, 성기호, 김보경, 유제훈, 홍유라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은 여의도 정가에서 '휴가'(休暇)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여야 모두 날 선 공방을 뒤로 하고 잠시 숨을 고를 시기이지만, 의원 대다수가 다음 달까지 공식ㆍ비공식 일정으로 숨을 돌릴 틈조차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야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다음 달로 다가와 지난해처럼 짧은 해외연수 등을 통해 재충전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ㆍ9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은 휴가가 '실종'된 상태다. 여성 초선인 김정재 의원은 "갈 수 없는 걸 잘 알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전대가 끝나도) 지역구에 집중해야 한다. 틈만 나면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3선의 이종구 의원은 "추경에 전대까지 겹쳐 여름휴가를 따로 잡지 않고, 하루나 이틀 날을 잡아 친구들과 등산을 다녀 올 것"이라고 답했다.
내주 추가경정예산안과 세제개편안(세법개정안) 심의를 앞둔 국회 기획재정위 의원들도 휴가를 다음 달로 미뤘다. 가장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곳은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다.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추경예산안을 살펴보고, 본회의 임시회와 관련 법안 처리에도 나서야 한다.
그나마 해외 시찰을 떠나는 의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3선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따로 휴가 계획을 잡지 않았다 오는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세계지도자포럼에 더민주 대표로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의 외교정책, 미국선거의 흐름과 방향 등에 대해 토의할 예정이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포럼 참석 뒤 하루나 이틀 정도 더 머물며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아예 다음 달 4일부터 10일까지 브라질 리우를 찾아 올림픽을 참관한다.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에 매진하는 것 외에 도당위원장 이ㆍ취임식과 해당 지역 지자체와의 협의에도 신경써야 한다. 부산 연제가 지역구인 김해영 더민주 의원은 "상임위원회와 지역구 현안을 챙기려면 정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초선인 박정 더민주 의원은 "짧은 휴가를 계획 중이지만 전문가들을 만나 법안을 마련하는데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휴가 포기선언으로 보좌진과 당직자들의 한숨 소리는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행정실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벌써 여름휴가 공지가 떴을 텐데, 올해는 '휴가를 가라'는 말조차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전대 이후를 기약하지만, 전대가 끝나면 지도부가 새롭게 바뀌는 만큼 휴가로 업무에 공백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국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