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야말로 '비운의 사나이'다.
바로 필 미켈슨(미국ㆍ사진)이다. 18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로열트룬골프장(파71ㆍ7190야드)에서 끝난 145번째 디오픈(총상금 930만 달러)에서 또 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메이저 준우승만 11차례, 역대 2위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1위(19차례)지만 비교할 수 없다. 타이거 우즈(미국) 조차 넘지 못한 메이저 최다승(18승)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반면 메이저 5승, 준우승이 두 배나 많은 상황이다. 아널드 파머(미국)가 3위(10차례)지만 메이저 7승을 수확해 가성비가 훨씬 높다. 미켈슨은 특히 두번째 메이저 US오픈과 '지긋지긋한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1999년과 2002년, 2004년, 2006년, 2009년, 2013년 등 여섯 차례나 2위에서 그쳐 아직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다.
사실 타이거 우즈(미국)가 걸림돌이다. 전성기가 겹치면서 만년 2위의 설움을 당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42승을 올렸지만 세계랭킹 1위에 단 한 차례도 등극하지 못한 이유다. 2위가 34차례, 3위 26차례다. 2000년과 2005년에는 시즌 4승을 일궈냈지만 역시 우즈의 그늘에 가렸다. 우즈는 2000년 메이저 3연승을 포함해 9승, 2005년에는 메이저 2승을 포함해 6승을 쓸어 담았다.
이번 대회는 더욱이 첫날 8언더파를 몰아쳐 코스레코드이자 메이저 18홀 최소타를 작성해 출발이 좋았고, 둘째날은 오전 조로 편성돼 바람이 강한 오후 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플레이가 수월한 날씨덕까지 봤다. 셋째날 1언더파로 주춤했지만 최종일 4번홀(파5) 이글에 버디 4개를 보태 6타를 줄이는 '퍼펙트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컸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라는 '복병'이 제동을 걸었다. 마지막날 10개의 버디(보기 2개)를 쓸어 담아 3타 차 완승을 일궈냈다. 미켈슨은 "2위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스텐손이라 괜찮다"며 "(스텐손은) 메이저챔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스텐손 역시 이번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다. "다만 그의 우승에 내가 있었다는 게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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