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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돌려받는 한화…대우조선 인수 포기는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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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돌려받는 한화…대우조선 인수 포기는 '신의 한수'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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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한화그룹과 산업은행 간 소송에서 대법원이 한화의 손을 들어줬다. 한화가 2008~200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다 받지 못한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규모 부실로 조선산업은 물론이고 금융권과 정치권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당시 한화의 인수 포기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전날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행보증금을 돌려 달라"며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8년 3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발표한 후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한화, GS홀딩스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화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따내는데 성공한다. 당시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자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6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화그룹은 2008년 11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매매대금의 5%에 해당하는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우선 지급했다. 당시 한화와 산업은행은 그해 12월29일까지 최종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9년 3월 이전에 잔금을 납부키로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화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되면서 자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파기됐다. 산업은행은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몰취하고 한화의 우선 협상대상자 자격도 박탈했다. 이에 한화는 2009년 6월 "약정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확인실사를 못했기 때문에 인수를 전제로 지급했던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조정을 신청했고, 받여들여지지 않자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한화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확인 실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양해각서대로 이행보증금을 산은이 가져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서다. 또 산업은행의 매각과 한화의 인수 의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봤을 때 산업은행의 귀책사유에 의해 인수가 무산됐다기보다 한화가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한화가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지급하고도 확인실사 기회를 갖지 못하는 등 3150억원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법원의 판결이 뒤집힌 배경은 최근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 논란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감사원과 검찰 조사 결과, 2012~2014년 3년간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가 5조70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입증된다면 2008년의 인수 무산 과정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이행보증금 3150억 원 중 돌려받을 액수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추후 심리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파기환송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8년 전 한화는 자금 사정 악화로 어쩔 수 없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인수 포기'가 '신의 한 수'가 됐다. 한화가 당초 계획대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다면,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조(兆) 단위 부실을 한화가 고스란히 떠안아 그룹 전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부실 문제로 조선산업은 물론, 금융권과 정치권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더 이상 엮일 필요가 없고, 315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도 일부 돌려받을 수 있어 한화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업계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한화 입장에서는 '천우신조'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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