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글로벌자산운용사 템플턴자산운용이 국내 조선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조선주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템플턴운용은 지난 1월 4.31%였던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율은 올 7월 5.06%로 늘었다. 템플턴운용은 앞서 5월말 삼성중공업 지분 1200만여 주(5.13%)를 보유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수주,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수주절벽으로 조선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업황 개선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하며 중립, 비중 축소 등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분식회계 문제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의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템플턴운용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늘린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템플턴운용의 조선주 매집이 역발상 가치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있다. 템플턴운용 창립자 존 템플턴은 과거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시점이며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템플턴운용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3년 4월 SK 주가가 1만원 선까지 추락했을 때 이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대거 매집을 시작했다. 이후 SK는 꾸준히 반등했고 1년만인 2004년 지분 일부(1.05%)를 주당 2만9713원에 처분해 4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겼다.
조선업이 현재 최악의 국면인 만큼 개선의 여지가 높다는 데 주목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조선업은 자동차산업과 비슷한데 경기가 안 좋아 자동차가 안 팔리면 밀린 수요까지 나중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듯 해운업도 경기가 살아나면 물동량이 늘고, 오래된 배는 계속 교체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최악의 국면에 처해있고 구조조정이 문제인데 이 시기만 지나면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템플턴운용도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 판단해 투자의사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