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응자본완충 비율 0%로 낮춰…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 있다"
[아시아경제 국제부 기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성장 둔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통화정책 완화를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영란은행은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은행의 경기대응자본완충 비율을 기존의 0.5%에서 0%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여력이 최대 1500억파운드(약 226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영란은행은 설명했다.
영란은행은 "일부 위험들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융안정을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여하한 조치들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아마도 "상당한 둔화"를 경험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경제산업조사센터(Cebr)는 영국에 기반을 둔 10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간 경제에 대해 비관하는 기업의 비중이 브렉시트 결정 전 25%에서 결정 이후 49%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카니 총재는 지난달 31일 "경제 성장 전망이 악화됐다"며 "올여름 일부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은행이 7~8월 중 0.5%인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양적 완화 확대에 나설 것임을 강력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영란은행은 15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이튿날 결과를 발표한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재정기조 전환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오즈번 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재정 안정을 제공해야만 해서 재정적자에 계속 엄격해야지만 2020년까지 재정흑자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일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영국 경제가 당장 3분기부터 2분기 연속 경기가 후퇴하는 리세션에 빠져 1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통화완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은 파운드화 가치를 브렉시트 결정 이전보다 11% 끌어내렸다.
실제 파운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311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 찍은 31년 만의 저점(장중 1.3121달러)보다 더 떨어졌으며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카니 총재는 파운드화가 경기 조정에 "필요한" 방향으로 움직여왔다면서 금융시장은 "꽤 잘" 기능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특히 브렉시트 결정 이전까지 가파게 성장해 온 부동산 시장에 대한 걱정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영국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가 전날 자산규모 29억파운드(약 4조4천억원)에 달하는 영국부동산펀드의 환매를 중단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스탠더드라이프는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환매 요구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부 기자 i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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