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한 영국 정치인들의 연이은 배신이 차기 여성 영국 총리를 만들어낼 모양새다.
영국 총리를 맡게 될 보수당 대표 경선 1차 투표를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EU 탈퇴파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존슨 전 시장은 이날 성명에서 "레드섬은 탈퇴파와 잔류파들을 단합시키는 데 필요한 자질이 있다"며 "나는 내일 레드섬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녀가 차기 지도자에 필요한 민첩함과 추진력, 결단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존슨 전 시장의 레드섬 후보 지지는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에 대한 보복으로 비친다고 가디언은 풀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존슨의 이번 결정이 자신을 배반한 고브 장관에 대한 복수극이라고 전했다. EU 탈퇴 운동을 이끈 존슨 전 시장의 측근으로 여겨졌던 고브 장관은 지난달 30일 "존슨은 총리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독자적으로 출마를 선언했고 그 여파로 존슨 전 시장은 총리의 꿈을 버려야 했다.
존슨 전 시장이 이날 꺼내 든 의외의 '패'로 보수당 대표 경선은 EU잔류파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과 탈퇴파 레드섬 차관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텔레그래프는 고브의 배신에 분노를 느끼는 존슨 지지자들이 레드섬 차관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영국의 유력 보수당원 사이트 컨저버티브홈이 당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레드섬의 지지율은 38%로 메이 장관을 1%포인트 앞섰다. 텔레그래프가 보리스의 레드섬 지지선언이 나오기 전인 3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메이 장관이 104명, 고브 장관이 27명, 스티븐 크랩 고용연금장관이 23명, 레드섬 차관이 21명,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이 11명 등의 지지를 확보했다. 아직 114명은 지지를 밝히지 않았다.
보수당 의원 331명은 5일, 7일, 12일 한 차례씩 투표를 시행해 최저 득표자를 1명씩 걸러내는 방식으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다. 이어 약 15만명의 보수당 당원들이 이들 두 후보를 대상으로 오는 9월8일까지 우편투표를 벌여 총리가 될 당수를 선출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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