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대 현안은 불균형이다. 불균형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우리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택했다. 그리고 성장했다.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는 사이 불균형은 커졌다. 불균형을 성장과 맞바꾼 것이다.
성장할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은 더 커졌다. 이러한 불균형은 들불처럼 여러 분야로 번졌다. 어디서 일하느냐에 따라 근로자의 불균형이 발생했다.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도 이런 맥락이다.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리고 경영자와 근로자의 불균형도 생겼다.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소득의 불균형으로 이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불균형의 골-갈등은 깊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갈등이 표출됐다. 우리 사회는 이런 갈등을 두 가지 시선으로 본다.
첫째, 사회정의 차원에서 중소기업 편을 드는 시선이다. 심정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다. 가장 큰 배경은 경제민주화다. 헌법에 나와 있기에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선언적인 수준이다. 치밀한 이론이 없다. 그래서 반대편을 설득시키기 어렵다. 법제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다.
둘째, 경제성장 차원에서 대기업 편을 드는 시선이다.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시각이다. 그런 이유로 중소기업 지원과 보호도 반대한다. 굳이 시시콜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가 이들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냉정한 이론이기에 때론 이기적으로 비친다.
뾰족한 묘안이 없다. 정치권도 나섰다. 진보와 보수 그리고 정의와 성장의 갈등만 부추긴 느낌이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 구호만 요란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혼란만 커졌다. 그러나 불균형과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의 내일도 밝지 않다.
먼저, 대기업이 변해야 한다. 대기업의 최대 무기는 시장경제다. 대기업이 떡볶이를 팔아도 시장경제로 설명이 된다.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먹거리를 제공해서 후생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를 탓하는 사람은 시장경제를 모르는 무식한 '반시장' 주의자가 됐다.
경제의 핵심은 순환이다. 경제주체의 생산과 소비가 막힘없이 돌아야 한다. 소상인도 당당한 경제주체다. 이들의 생산활동은 결국 대기업 제품을 소비하기 위한 활동이다. 소상인의 생산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소상인이 생산활동을 하지 못하면,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아무리 대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도 이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법제화는 여기서 그쳐야 한다. 무리한 법제화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 가면 '컵밥'이 유행이다. 노점에서 판다. 공권력이 동원돼 노점을 철거한 적이 있다. 노점 뒤에서 세금을 내고 영업을 하는 소상인을 위한 행위였다. 이런 갈등이 커지면 우리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어느 누구의 편을 들기 어렵다. 갈등만 커질 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의 법제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소기업 간 거래 나아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상거래까지 법제화가 불가피하다. 소상인과 노점까지도 법제화해야 한다. 법제화가 '보이지 않는 손'을 대신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경제를 훼손하면 그 대가는 크다.
법제화도 대기업의 '포용적 기업가 정신'이 있다면 필요치 않다. 대기업에 성장의 몫을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사회적 약자의 생산활동을 보호해야 한다. 이게 바로 대기업의 경제민주화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이다.
다음은 중소기업이 답해야 할 차례다. 그동안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에만 관심을 가졌다. 중소기업 간 거래도 예외일 수 없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현금 결제를 받았다면, 다른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언제까지 보호와 육성에 기댈 것인가. 경쟁을 두려워 말고, 스스로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경제주체는 모두 성장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 정부 주도의 성장은 낡은 방식이다. 대기업은 나누고, 중소기업은 더해서 튼튼한 시장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불균형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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