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수사, 장녀 신영자 이사장 로비의혹은 보고받아
측근 "본인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 주장
아산병원으로 옮긴 이유도 부자연스러워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그룹이 비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세한 수사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신 총괄회장의 측근들은 그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 수준의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창업주로서 어느정도는 알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병원을 옮기면서까지 입원을 연장하면서, 검찰 소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본인에 대한 검찰의 의혹 내용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공식 확인 내용이 아닌, 어디까지나 의혹 단계이며 보도된 기사 내용들도 일부는 루머 수준이기 때문에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게 신 전 부회장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주변 측근들의 보고가 아니라면 정황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것은 신 총괄회장이 뉴스나 신문을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경영 일선에 있어도 될 만큼 건강하고, 총기를 잃지 않았다고 강조한 주장과는 상반된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은 이미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과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로비 의혹 조사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창업주, 그리고 부친으로서 검찰 조사가 어떻게 진척돼 가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 상황에서 그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두가지 경우다. 그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또는 측근들이 사실과는 다르게 얘기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일 가능성도 높다.
그가 지난 18일 서울대병원을 떠나 아산병원에 다시 입원한 것도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싣는다. 더구나 주치 병원처럼 드나들던 서울대병원을 떠나 서둘러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것은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여부를 따지는 법원 심리를 앞두고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노출되는 것을 염려한 조치라는 분석과 함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의 소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최근 검찰이 금전출납부, 30억여원의 현금, 통장 등 비자금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그를 직접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입원을 택했다는 것이다.
앞서 압수수색 바로 전날인 9일 신 총괄회장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그러나 약간의 열이 있었을 뿐 특별한 증상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부회장 측도 현재까지 특별한 병명이나 소견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 밝힌 바 없다.
기존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대로 회복 기간이 더 필요해서라면 기존에 진료를 받던 서울대병원을 일부러 떠나 아산병원으로 급히 옮길 이유가 전혀 없다. 문제가 있다면 서울대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그렇지 않다면 롯데호텔 34층 집무실로 복귀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나이가 95세의 초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병원을 옮긴 것은 모든 정황상 부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면서 "이것이 신 총괄회장 본인의 뜻인지 조차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신 총괄회장이 소유한 부동산을 비싸게 사들이고, 그의 셋째부인(서미경 씨) 명의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자세한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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