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장관이었다. 78번째 슈퍼매치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곳곳은 눈을 뗄 수 없이 뜨거웠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FC서울과 수원 삼성 스물두 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그 때였다.
서울과 수원은 1-1 무승부를 거뒀다. 최고의 무대가 만들어졌다. 경기장에는 4만7899명이 왔다. 5만에 가까운 관중들의 환호와 외침 아래 선수들은 다리가 쥐가 나도록 뛰었다. 경기가 끝나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각자 서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웠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주변에서 쏟아졌고 잠시 선수들은 미동 없다 힘들게 일어서서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 막바지 5분이 숨가쁘게 지나갔다. 도화선이 된 것은 후반 30분 페널티킥이었다. 아드리아노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받고 이정수의 수비를 받다가 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수원은 격렬히 항의했고 서정원 감독은 퇴장을 당했다. 키커로 나온 아드리아노는 침착하게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수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권창훈이 투입됐다. 후반 36분에 동점골이 나왔다. 염기훈이 왼쪽에서 올려준 왼발 프리킥을 곽희주가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1-1 균형이 이뤄지자 속도전이 시작됐다. 양 팀은 공을 뺏거나 잡으면 바로 공격으로 연결하며 공격을 치고 받았다. 벤치도 바빴다. 쉴 새 없이 선수들을 향해 소리 치며 독려했다. 서울은 여러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가 외면했다. 수원도 권창훈이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공격에 불을 붙였다.
추가시간까지 모두 흐르고 선수들은 누웠다. 그만큼 죽도록 뛰었다는 방증이었다. 힘들기도 했고 아쉬웠다. 서울 공격수 윤주태는 "몸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무승부가 되서 너무 아쉬웠던 마음도 있어 쓰러진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은 정말 이기고 싶어 서로를 향해 온 힘을 달려 들었고 마지막에 그런 장면이 나왔다.
슈퍼매치는 지난 약 2년 간 무시 아닌 무시를 당했다. 모두가 뻔하다고 했다. 예전 슈퍼매치 못하다는 소리도 나왔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슈퍼매치가 더 야성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했다. "우리가 너무 착하게 축구를 했다"고 했다. 농담이었지만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투혼을 불사르는 선수가 나오면 열기는 더 뜨거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만큼 이기고 싶어 죽도로 뛰는 슈퍼매치가 매력적이라는 이야기, 곧 바람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관중이 선수들을 더 뛰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번 슈퍼매치는 4만7899명 관중으로 K리그 역대 최다관중 순위 9위에 해당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예상 외 많은 관중들이 온 탓에 2층 좌석을 덮고 있던 통천까지 걷어냈다. 팬들이 외치자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었다. 수원 공격수 권창훈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하면 느낌이 다르다. 힘이 더 났다"고 했다.
79번째 슈퍼매치는 8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 뜨거움을 기억해야 한다. 선수들과 팬들이 다음 슈퍼매치에서는 어떤 장관을 연출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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