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중앙은행들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장기환매조건부채권(ILTR) 조작을 통해, 24억6000만파운드(약 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ILTR은 2014년 2월부터 BOE가 도입한 신규 자금공급 방식이다. 이를 통해 BOE는 매달 중순마다 한 번씩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예정된 이번 달에는 매 주마다 ILTR을 한 번씩 실시하게 된다. 이미 지난 7일과 이날 자금을 공급했으며, 다음 공급일은 투표일을 이틀 앞둔 21일이다. 투표 결과가 나온 후인 28일에도 자금을 공급한다.
국민투표를 9일 앞둔 상황에서 '탈퇴'여론이 세를 얻으면서 시장 변동성도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파운드화 가치는 2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에 투자된 자금들이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10년물 국채는 이날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피해 규모는 영국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EU 역시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도 EU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 관계자를 인용, 영국의 EU탈퇴 투표 결과가 나오면 투표 다음날인 24일 ECB가 BOE와의 통화스왑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CB와 BOE간의 통화스왑 라인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마련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선언에서도 밝힐 예정이지만 스왑라인은 이미 8년 전부터 존재했다"며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ECB는 또 오는 22일부터 새로운 형태의 장기자금 대출을 통해 은행들의 기업대출 유동성을 채워줄 예정이다. 투표일 전부터 자금을 공급해두고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브렉시트 결정시 주요7개국(G7)이 긴급성명을 통해 금융시장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부터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시작한 일본은행(BOJ)의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추가완화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는 추가완화를 한다 해도 큰 효력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의 금융정보 자회사 '퀵'의 조사 결과, 82%의 시장 관계자가 추가완화 보류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 중인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5일 이틀간의 FOMC 회의 이후 금리 인상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금리 인상 지연이 유력하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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