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국 등 금리하락…안전자산 수요↑
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채권은 매도세
브렉시트 충격 예고편
향후 전망은 엇갈려…"급격한 조정 가능성"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연일 하락세다. 다만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채 시장에서는 투자금이 유출되며 금리가 오르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마이너스(-) 0.008%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제로(0) 아래로 떨어졌다. 스위스,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다. 이날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30년물은 처음으로 2% 아래로 떨어졌다. 스위스는 30년만기 국채 금리까지 0%대로 내려갔다. 안전자산 수요가 미 국채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3년 반만에 최저치인 1.575%를 기록했다.
스톡홀름 소재 SEB AB의 주시 힐자넨 채권 전략가는 "독일 국채의 투자수익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매입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투자자들은 브렉시트와 연관된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손실 막기) 수단으로 안전자산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채권은 수일째 금리가 오르고 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8%대를 돌파하면서 한 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채권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채권과 동일 만기 독일 국채 사이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4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로 결론이 날 경우 사분오열될 유럽 경제의 예고격이라고 분석했다. 인베스텍 웰스앤인베스트먼트의 대런 루안 채권 대표는 "영국이 EU를 떠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의 수요는 더 강해지겠지만 유로존 주변국 주식과 채권은 매도세가 확산될 것"이라면서 "남유럽 국가에서 극단주의 정치세력들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채권 금리 전망은 엇갈린다. WSJ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그동안 금기어처럼 여겨졌던 회원국의 EU 탈퇴 열풍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가 계속되면서 선진국 국채금리는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가 다음 마이너스 국채금리를 기록할 후보국들로 꼽혔다.
하지만 미국 경제 전문지 마켓워치는 브렉시트 우려가 잦아들고 투자 심리가 안정되면 하락했던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국채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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