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거리 될 분석" 고용동향 발표 하루 앞두고..비판여론 차단用?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 고용통계가 부실하다'는 민간 경제연구소 지적에 유경준 통계청장(사진)이 "납득할 수 없다"며 정면반박했다.
유 청장은 14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특징과 개선방안' 보고서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어 "불황 속에 고용 환경도 좋지 않다만, 현대경제연은 현실을 과장해 분석 결과를 내놨다"며 "자극적인 것을 넘어 왜곡에 가까운 해당 분석은 국가정책 설계나 국민정서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준협 현대경제연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용보조지표에 추가로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그냥 쉬고 있는 청년'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자발적 비정규직은 임금, 공적연금, 고용보험, 교육훈련 등 근로여건이 자발적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열악하기 때문에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의 경우 노동시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용보조지표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할 능력이 있는 청년이 일하지 않고 그냥 쉬면 당사자가 빈곤층으로 추락할 뿐 아니라 복지비용 등 사회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작년 8월 기준 청년층 공식 실업률은 8.0%, 공식 실업자는 34만5000명이다. 여기에 통계청이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공식 청년실업자에 청년층 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입사시험 준비생(잠재경제활동인구)을 더해 발표한 '고용보조지표 3'의 인원은 113만8000명이고, 실업률은 22.6%다. 이 연구위원은 '고용보조지표 3'에 비자발적 비정규직(45만8000명)과 그냥 쉬고 있는 청년(19만7000명)까지 반영하면 청년 체감 실업자는 179만2000명, 청년 체감 실업률은 34.2%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고용의 특수성을 고려해 고용보조지표를 확장하고 체감 실업자의 특성에 맞춰 청년고용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고 있다'는 이 같은 분석에 유 청장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고용보조지표는 ILO에서 수년간의 연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도출한 기준에 따라 작성된다"며 "이를 도외시하고 성격이 다른 여러 지표를 임의적으로 확대·혼합해 체감 실업률을 산출하는 방식은 자의적일 뿐 아니라 국제 기준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이어 "현대경제연에서 체감실업률에 포함한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은 비경제활동인구고, 비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는 취업자로서 실업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현대경제연 주장처럼 통계를 내는 나라는 없다. 만약 이렇게 통계를 낸다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통 민간 연구 내용에 대해 정부가, 그것도 정부부처 수장이 비판하고 나서는 일은 드물다. 유 청장은 "현대경제연이 최근 정부통계에 대해 자극적인 연구 결과를 연속으로 내놓고 있어 해명을 자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경제연은 ▲'2015년 3분기 체감경기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작년 10월21일)에서 "설문 응답자 평균 체감 소비자물가 상승률, 체감 실업률, 체감 소득증가율이 공식 지표와 차이가 크다"고 분석한 데 이어 ▲'청년 열정페이의 특징과 시사점'(올해 4월22일) 보고서에선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15∼29세 임금근로자인 열정페이 청년이 2011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활용해 산출한 결과"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각 보고서와 관련, 현대경제연의 분석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통계청은 15일 '5월 고용동향'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청년고용 환경이 더 악화한 데 따른 비판 여론을 최대한 잠재우기 위해 유 청장이 고용동향 발표 하루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밖에 고용·노동 분야 학자 출신에다 평소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는 유 청장의 스타일도 이번 '작심 발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유 청장은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과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친구인데, 일련의 보고서들에 관해 사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며 "강 원장이 통계 해석 시 유의하곤 있지만 개별 연구자들의 활동에 따로 제약을 가하기는 힘들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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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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