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美 면세점과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추진 중단
롯데 측 "신 회장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 정상업무 불가능에 따른 무산"
"전산, 물류 등 사업흐름에 차질…유무선 소통도 어려워"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한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합병을 백지화하라는 신동빈 회장의 의사결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이상 추진할 수 없어 자연스레 불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Axiall) 인수 무산에 이어 호텔롯데의 미국 면세점 인수, 롯데제과의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협상이 모두 중단됐다. 사실상 M&A는 무산됐다.
신 회장은 지난달 호텔롯데 상장을 앞두고 열린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해 면세점의 M&A와 해외진출에 2조원 정도가 우선 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된 IR에서도 "국내외 경기침체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롯데의 사업영역은 멈추지 않고 확장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적극적인 M&A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로 신 회장의 사업확장의 꿈은 당분간 멈춰설 수밖에 없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초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 가운데 총 1조7930억원 가량을 해외 호텔, 리조트, 면세사업체 인수에 투자할 계획이었다"면서 "실제 호텔롯데는 유럽, 미국, 호주 등 해외업체 3~5곳과 구체적인 인수합병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룹은 이번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수사로 인해 사무실 내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이 차단되고 전산, 물류 등 각 계열사의 사업 흐름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추진 중이던 미국 PVC업체 액시올 인수 무산은 물론, 북남미 및 유럽 등 업체들과 추진 중이던 인수합병도 중단 또는 무기한 지연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의사결정에 의한 '무산'이 아니고, 인수협상을 더이상 추진할 수 없어 자연스레 중단, 무산된 것"이라면서 "신동빈 회장이 협상 중단을 지시한 것은 아니며,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신 회장이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는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롯데제과가 추진하던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도 중단됐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10일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82만6006주(4.52%)를 319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제과를 포함한 8개 롯데 계열사는 본격적으로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롯데 계열사들이 콜옵션 행사를 통해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계열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에서 현재 주식 인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일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첫날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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