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정치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집권을 위한 정치권의 권력욕에 세계경제가 볼모로 잡혀 신음하고 있다. 당장 오는 23일(현지시간)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세계 경제 하락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하며 각국 증시가 하락하고 안전자산 가치가 급등한 것이 그런 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집권 연장을 위해 던진 승부수였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EU 탈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런 그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를 약속했던 이유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였다. 영국 내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 때문에 불만이 쌓여갔고 이런 반(反)EU 정서를 잘 활용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승부수는 적중해 보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예상 외의 압승을 거두면서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EU 전체보다는 영국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생각의 발로다. 영국 국민은 이에 호응했고 캐머런은 이를 정치적으로 잘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캐머런의 계산과 다르게 돌아갔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찬성으로 결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캐머런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자칫 EU 체제를 깨뜨린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캐머런 총리에 앞서 딱 1년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고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조건을 국민투표에 붙였다. 치프라스의 도박에 지난해 6~7월 사이 세계 경제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이후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며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가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미국에서도 국익을 우선해 막가파식 정책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등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국익 우선주의가 세계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 족집게'로 유명한 블랙스톤의 바이런 위엔 부회장은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를 볼모로 한 정치적 혼란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는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대표가 대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브렉시트 국민투표 사흘 후 치러지는 스페인 총선도 변수다. 반(反)EU 정당인 포데모스가 스페인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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