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수수료 격차 갈수록 커져…미국이 투자은행 시장 장악"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보통 미국 은행들은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서비스를 해주고 유럽 은행들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긴다. 그 수수료 수입 격차가 지난 11년간 8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의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80억달러라는 수수료 수입 격차가 확인됐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어 미국-유럽 은행간 M&A 자문 수수료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투자은행 시장에서 미국 은행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미국 은행들의 평균 M&A 자문 수수료율은 1.34%를 기록했다. 유럽 은행들보다 0.16%포인트 높았다.
유럽 은행들은 200억달러가 넘는 대형 M&A에서만 미국 은행들보다 많은 수수료를 챙겼다. 200억달러가 넘는 M&A에서 유럽 은행들의 자문 수수료율은 0.35%, 미국 은행들은 0.30%였다.
하지만 200만달러 미만 M&A에서는 미국 은행들의 자문 수수료율이 더 높았다. 2억~5억달러 규모 M&A의 경우 미국 은행들은 M&A 금액의 1.56%를 수수료로 챙겼고 유럽 은행들은 1.37%만 가져갔다.
미국과 유럽 은행간 자문 수수료 수입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5년의 경우 미국 은행들은 유럽 은행들보다 22% 많은 자문 수수료를 챙겼다. 2005년만 해도 이 비율은 10%가 안 됐다.
옥스포드 대학 사이드 비즈니스스쿨의 별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참여할 때도 유럽 은행들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긴다. 사이드 비즈니스스쿨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IPO 금액의 7%를 챙기는 반면 유럽 은행은 3%만 받아간다.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미국 은행들이 더 많은 수수료를 받아갈 이유가 없다는 지적한다. 미국 은행들이 유럽 은행들에 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더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은행들은 시장 규모의 우위를 앞세워 유럽 은행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몇몇 대형 글로벌 은행들이 투자은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 시장에서는 국내 영업에 주력하는 작은 은행들도 투자은행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 시장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한 것이다.
HSBC의 사미르 아사프 글로벌 뱅킹·시장 부문 대표는 "미국 투자은행은 거대한 자국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바탕으로 이익을 뽑아낼 수 있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며 "이는 다른 시장에 재투자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5대 은행은 미국 M&A 수수료의 40%를 가져갔다. 반면 유럽에서는 상위 9개 은행이 유럽 M&A 수수료에서 차지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유럽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위기 후 당국의 자본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미국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미국 은행도 물론 당국의 자본 확충 요구가 늘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시장 덕분에 자본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더 쉽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의 얀 제라르댕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인들의 충성도가 미국인들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도 수수료 격차가 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애국심 측면에서 자국 은행들을 선호하는 반면 유럽인들은 그러한 면이 약하다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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