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물류 사업 일원화 차원, 지배구조에도 영향 미칠지 주목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그룹이 그룹 차원의 물류 사업 일원화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SDS의 물류 사업을 분할해 삼성물산에 매각을 검토한다. 계열사 내 중복 사업과 기능을 줄이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계열사에 해당 사업을 맡긴다는 사업재편의 원칙 아래 진행될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SDS의 물류BPO(업무아웃소싱) 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에 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오는 8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시행에 맞춰 분할 및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그룹 물류 사업을 일원화 하는 차원에서 삼성SDS의 물류BPO를 분할해 삼성물산의 물류 사업과 통합하기로 결정된 것"이라며 "이미 삼성SDS가 물류 사업 인력들을 잠실로 불러 모으고 삼성물산 상사 부문 역시 잠실로 사옥을 이전하며 내부적인 작업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이 주력이었지만 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대기업 SI 계열사들에게 국내 공공부문에 대한 신규 사업 발주를 금지시키며 물류BPO 사업을 확대해왔다.
지난 1분기 삼성SDS의 물류BPO 사업 매출은 6200억원으로 총 매출의 35.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SDS가 물류BPO 사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통합할 경우 기존 상사부문의 물류 사업 네트워크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 확대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삼성SDS의 알짜 자산인 물류BPO 사업을 양수 받을 경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삼성물산은 전 부문에 걸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단행해왔다. 때문에 삼성SDS의 물류BPO 사업 흡수를 통해 체력을 보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삼성SDS와 삼성물산이 물류 사업을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삼성SDS가 분당 사옥에 있던 물류BPO 인력들을 잠실 사옥으로 이동시키고 있는데 이어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삼성SDS 잠실 사옥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 삼성SDS가 지난해 창립 30년만에 부문별 사장 체제로 변경된 것 역시 물류 사업 일원화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정유성 사장이 전체 경영을 총괄하며 홍원표 사장이 솔루션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SDS의 물류BPO 사업을 양수도 하는 과정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율과 지배구조에도 일부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지분 9.2%를 갖고 있다.
재계는 삼성SDS가 물류BPO 사업만 따로 떼어내 삼성물산에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사업양수도로 삼성SDS의 물류BPO를 인수할 경우 상호출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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