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청년들, 오후 8시부터 구의역 모이기 시작해 추모 행진 시작
[아시아경제 권성회 수습기자] "같은 나이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이런 사회 구조 안에선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설 차리를 잃은 청년이라는 입장 때문에 더욱 슬펐다."
2일 구의역 승강장 9-4 출입문에서 만난 안선영(여·19)씨는 이처럼 말했다. 이날 오후 8시께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시작된 '구의역 추모행진'의 참가자들은 앳된 얼굴 속에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구의역에서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 유명을 달리한 김모(20)씨의 또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비슷한 사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 행진은 8시 10분께 시작됐다. 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은 구의역 1번 출구를 나와 촛불을 든 채 분향소가 설치된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동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김씨 어머니의 발언 전문을 읽고 이번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는 임충환(29)씨는 “비정규직 청년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죽음이었다”며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사고를 당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지난 월요일부터 나흘째 구의역을 방문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는 김소연(24)씨. 그는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거에 화가 많이 난다”며 “서울메트로 측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아끼려다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기업들이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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