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지배하고 압박해 보겠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축구대표팀이 내세운 일종의 슬로건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렵지만 다르게 보면 우리가 가장 원하고 중요하게 얻어가야 할 시나리오다.
대표팀은 1일 밤(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스페인과 A매치 친선경기를 한다.
지배와 압박.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이 스페인전을 앞두고 꺼낸 중요한 두 단어다. 그는 "스페인을 상대로 볼을 점유하고, 전방 압박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특히 스페인을 상대로 점유율을 내준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슈틸리케의 축구는 경기 장악력이 핵심이었다. 그는 팀이 경기를 지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와도 그는 "우리가 상대를 지배했다"는 말로 일부 소득이 있다고 설명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상대가 스페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고 맞서는 가장 강한 상대인데다 경기를 지배하고 볼을 점유하는 데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졌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스페인을 상대로 경기를 장악하기가 어렵다. 한국은 스페인을 상대로 역대전적 2무 3패다. 경기내용에서 주도권을 스페인에게 내주고 경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도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스페인을 상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비적인 경기 운영이 되지 않을까 했다. 기성용은 "전술이나 계획은 감독님이 정하시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스페인과 하면 자연스럽게 수비적인 흐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에게 오는 찬스들을 잘 살려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한국이 경기를 지배하면 대성공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스코어는 상관 없다. 스페인 공격수들의 골결정력이 놀라와 경기를 지배하고도 1-4로 져도 웃을 수 있다. 슈틸리케호는 이번 경기에서 결과보다는 내용을 얻어가야 한다.
관건은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스페인을 상대로 뒤로 잠그고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거부할 것 같은 뉘앙스를 전했다. 그는 2012년 한국이 스위스 베른에서 스페인에게 1-4로 완패했던 평가전을 비디오로 봤다면서 "2-8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점유율을 내주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스페인을 상대로 승산이 없다"고 했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슈틸리케 감독이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통해 스페인과 점유율 싸움을 할 가능성이 보인다.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하는 것과 같다.
자신감과 함께 맞서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지더라도 경험을 얻으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 기성용은 "부담 없이 우리가 해온 대로 플레이를 할 것이고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소득들을 얻을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한국이 스스로 내려서서 경기를 하면 이러한 이상적인 내용을 얻을 수 없다. 슈틸리케호의 과감한 승부가 필요하다. 깨지더라도 부딪히고 싸워야 한다. 경기 지배. 스페인전에서 가장 어렵지만 시도해 볼만한 도전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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