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STM 이소연 기자] '계춘할망'을 보려면 밤잠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지난 19일 개봉한 '계춘할망'은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 혜지(김고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윤여정) 이야기를 그린다.
'계춘할망'은 충무로 20대 여배우를 대표하는 김고은과 관록의 배우 윤여정 조합 외에도 김희원, 신은정, 양익준 등 명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개봉 전부터 여러 차례 시사회로 관객을 찾아간 '계춘할망'은 잔잔하게 인간애를 그리며 평단과 일반 관객 호평을 두루 얻었다. 하지만 '계춘할망'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고 호소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이는 '곡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스크린수 때문이다.
'곡성' 배급사는 할리우드 배급사인 20세기 폭스다. 반면 '계춘할망'의 경우 신생 배급사인 콘텐츠 난다긴다다. '계춘할망'은 콘텐츠 난다긴다의 첫 영화. 23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곡성'은 지난 22일 137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계춘할망'은 523개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데 그쳤다.
GGV 강남점의 경우 23일 '곡성'이 21회 상영되는 데에 반해 '계춘할망'은 밤 11시 40분 한 차례 심야 상영된다. GGV 여의도점은 같은 날 '곡성'이 21번, '계춘할망'이 2번, 오전과 심야 시간 상영된다. 즉 '계춘할망'을 보고 싶은 사람들도 시간대를 맞춰야 겨우 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매일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경우 '계춘할망'을 보는 것은 더 쉽지 않다.
대형 배급사에서는 흥행관을 늘리거나 혹은 적어도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신생배급사는 스크린수를 늘리기는 커녕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현재 대형 배급사는 '상업성'을 노린 블록버스터 등 무거운 제작비 영화를 유치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계춘할망'처럼 잔잔하면서도 휴머니즘 있는 영화가 관객을 쉽게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영화의 다양성 문제와 직결된다. 돈 되는 영화에만 집중하는 대형 배급사 관행,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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