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총선 이후 여당의 내홍이 심화되면서 정치권에 '새판짜기' 구상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의당은 '연정불가' 입장을 밝히며 텃밭인 호남민심을 다독이면서도, 비박(非朴)·중도 인사에 문호를 열어놓는 등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여권의 내홍으로부터 촉발된 정계개편론의 중심에 서 있다. 비박계 등 여권의 중도세력을 포괄한 '중도빅텐트론', 호남과 부산·경남(PK)의 동서 지역연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새판론' 등에서 국민의당은 빠질 수 없는 상수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외견상 정계개편 문제와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18일 광주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없다. 새누리당과는 정체성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간 당 내·외에서 거론되던 연정론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당의 삼두마차 중 하나인 박지원 원내대표도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당이 주축이 되는 정계개편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남의 불행을 우리 행복으로 가져오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는 텃밭인 호남의 민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이후 연정론 등이 제기되며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 까닭이다. 실제 안 대표가 연정론에 선을 긋기 시작하면서 호남의 지지세는 다시 반등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유권자 1518명, 응답률 5.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한때 더불어민주당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국민의당의 호남지지율은 44.1%로 상승, 다시 10%가 넘는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여권인사 중 일부는 '선별적'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연정론에 분명한 선을 그으며 호남의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향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중도세력을 향해 러브콜을 던진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누구든 우리 당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심사해 좋은 분이라고 하면 문호는 개방돼 있다"고 말했고, 이상돈 최고위원도 20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집권 여당이 이렇게 가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훌륭한 의원들이 있다"며 "상징성이 있고 훌륭한 의원들이 여권을 이탈해 오면 우리 당에 큰 힘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안 대표, 박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 및 당선자들은 오는 23일 부산에서 최고위원회를 여는데 이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모식에 참석한다. 고 노 전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야권의 상징인 만큼, 야권의 표심을 다독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