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경유가격 및 세금 인상 검토에 나섰지만, 부처간 이견으로 인해 실현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서민증세 및 물가상승 논란이 불가피한데다, 유가보조금제도로 인해 정작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화물차나 버스 운행을 줄이는 데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경유가격 인상 등을 추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경유차가 내뿜는 배출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이 휘발유차의 최대 10배를 기록하는 등 미세먼지의 주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당장 실행되는 것이 아닌, 장기 과제"라며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은 만큼 추가적으로 경유가ㆍ세금 인상과 같은 강력한 대책이 들어가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경유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노후차량 도심운행 제한 등으로는 경유차 운행을 줄이는 효과가 적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자동차용 경유의 세전가격은 리터당 529원으로 휘발유(516원)를 웃돈다. 하지만 교통세(15%)ㆍ주행세(27%)ㆍ부가가치세(10%) 등을 합한 세후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872원, 경유가 634원 상당으로 역전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운행을 줄이기 위해 유지 부담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차량을 운행할 경우 부담하는 부분이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부부처 내부에서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다. 세금인상,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저렴한 기름값 등으로 인해 경유차를 택한 소비자가 10명 중 4명 꼴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시장을 억제하려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협의는 진행 중"이라면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세금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효성도 낮다. 화물차와 버스의 경우 유류세가 인상되더라도 오른 만큼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결국 가격 인상이 화물차와 버스의 운행에 큰 영향을 못 미치는 구조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화물차와 버스 운행을 줄이는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지적은 맞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경유가 인상은 곧바로 경유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수송ㆍ화물업계에 타격을 주고, 산업계 전반에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유차량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에서 경유차 수출 등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규제 강화가 보복형태의 통상정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세먼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한다"며 "경유에 대해서만 환경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