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보츠와나를 아시나요

시계아이콘01분 33초 소요

[충무로에서]보츠와나를 아시나요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AD

최근 '김영란법'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부패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나라로는 싱가포르가 회자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에 덧붙여 필자는 아프리카의 '보츠와나'(Botswana)를 추가하고 싶다.


보츠와나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다.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지 50년밖에 안된 신생국이다. 보츠와나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세계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자원부국이다. 인구는 200만에 불과하지만, 나라의 크기는 한반도의 2.6배로 프랑스보다 조금 크다. 땅덩어리는 크고, 인구는 적고, 지하자원은 풍부한 나라들이 흔히 걸리는 쌍둥이 병이 있는데, '부패'와 '자원의 저주'다.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라는 병은 자원이 너무 풍부하다 보니 걸리는 병이다.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풍부한 자원을 해외에 수출하다 보면 국내 물가가 오르게 되고, 임금도 따라서 오르게 되고, 국내 제조업체에서 만든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국내제품을 해외에 내다팔기 어려워짐에 따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게 된다. 게다가 자원수출에 따른 소득을 일부 특권층이 독점하게 되면 불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시위 등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진다. 결국 풍부한 자원이 국가발전에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것을 흔히 '자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아프리카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네덜란드도 1959년 북해에서 발견된 유전과 가스전으로 환호하다가 이 병에 걸렸다. 거의 죽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자원의 저주'를 '네덜란드병(病)'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보츠와나는 네덜란드, 리비아, 가나, 콩고 등 다른 자원부국들이 걸렸던 '자원의 저주'라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보츠와나의 강력한 '반부패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1994년에 '부패 및 경제범죄법'을 제정했고 관련 전담부서 '부패 및 경제범죄원'(DCEC)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부패전담법원'을 신설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를 보면 보츠와나는 31위로서 우리나라의 43위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 강력한 반부패정책으로 인해 외국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보츠와나의 안정적인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보츠와나의 1인당 GDP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1만6000달러에 달한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최상위권이다. 무디스 기준 국가신용등급은 'A2'(상위6등급)로서, 우리나라의 'Aa3'(상위4등급)와 큰 차이가 없다. 헤리티지재단이 평가한 경제자유화지수는 36위로서 우리나라의 29위보다 조금 밑이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 따르면, '개인, 기업가, 정치인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참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용적 시스템(Inclusive System)이 형성돼 있는지 여부'가 그 나라의 번영을 좌우한다. 영국 식민지에서 1966년 독립해 50여년의 역사에 불과한 보츠와나가 중진국에 가깝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소수 엘리트 중심의 '배타적' 성장이 아니라 위와 같은 '포용적' 성장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민들 누구에게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민주적 정치제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시스템, 불평등을 줄이는 포용적 소득분배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최근 지속되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낡은 경제시스템을 혁신해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우위를 지키는 것 이외에 지름길은 없다. 강력한 반부패정책은 그런 과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촉진, 소득격차 완화,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이 지금의 저성장을 탈피하게 해주는 '바둑의 정석'에 해당할 것이다. 묘수는 없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