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투수 노경은(32)이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두산은 10일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힌 노경은의 결정을 받아들여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를 공시 요청했다. 그러나 노경은이 두문불출하는 사이 구단과의 갈등, 트레이드설 등 의혹은 커졌다.
지난해 노경은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당한 턱 골절 부상과 함께 모친상 등 개인적으로 불행했다. 그래서 더욱 재기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만큼 부담도 적지 않았다. 노경은은 지난 2월 미야자키 캠프지에서 "시즌 때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감독님의 믿음도 감사하지만 보답하려면 무조건 잘해야 한다. 프로는 사실 과정보다 결과다. 연습경기 때부터 100%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49)은 올해 초만 해도 노경은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키 플레이어로 노경은을 꼽으며 그를 5선발로 낙점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진이 겹치면서 최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세 경기에 선발 출격해 2패 평균자책점 11.17로 부진했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선발로는 더 안 될 것 같아 불펜으로 돌리려고 했다. 5선발은 원래 그렇다. 선발로 나서다가 롱릴리프를 맡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훈기 SPOTV 해설위원(56)은 “노경은이 2군 경기에도 출전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공식적으로는 임의탈퇴가 됐다.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결정"이라고 했다.
노경은은 구단과 세 차례 면담을 했지만, 끝내 은퇴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노경은은 마지막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임의탈퇴는 선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구단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트레이드 건에 대해서 본인이 요청한 것은 맞다. 성적에 따른 2군행은 자연스러운 수순이고 늘 있는 일이다. 노경은도 지난 2년간 그렇게 생활했다. 그렇다고 자유계약으로 놓아줄 순 없는 입장이다. 구단과의 갈등과 반감으로 인한 오해의 소지는 없었다”고 했다.
노경은은 자신만의 야구 철학이 확고한 선수다. 그는 2차 일본캠프 당시에도 “투수는 자기만족이 없으면 안 된다. 내가 자신이 없으면 뭘 해도 안 된다. 스스로 구위가 다시 살아났다고 느낄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성에 차지 않았고, 제2, 3의 선택지를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32살 나이에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한 데 대해 팬들은 여전히 아쉬워하고 있다. 구단이 좀 더 시간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두산 관계자는 “운영팀을 포함해 설득의 과정이 있었다. 은퇴결정은 본인의 의지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민훈기 위원은 "왜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지 아쉽다. 올해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지난해 던지는 것이나 구속으로 봐서는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구위나 제구력 등 신체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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