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기원 전 1800년경 이집트에서 물고기를 길러 먹었다고 한다. 우리가 언제 양식을 시작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1600년대 대나무와 참나무 가지를 엮어 김 양식을 했다고 한다. 양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10년대로, 1918년 당시 274t이던 양식 생산량은 1942년에 2만여t으로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였다.
양식업의 성장세는 여전히 거침없다. 국내 수산생산량에서 양식 생산량의 비중은 2009년 41%에서 2014년에는 47%로 증가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추세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양식 생산량은 6700만t으로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42%에 달하며, 그 비중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오죽하면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21세기에는 인터넷이 아닌 양식업에 투자하라'고 했을까. 수산자원 고갈 위협에 직면한 우리 시대에 양식업의 활성화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세계는 태풍, 홍수와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양식업을 영위하는 어업인도 이러한 자연재해에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양식 어가에 큰 피해를 입혀온 적조는 2003년 이후 잠잠하다 2013년에 남해안에서부터 동해안까지 나타나 약 244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매년 태풍, 적조 등으로 인해 수산양식어가는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국민은 국가재난지원금을 통해 최대 5000만원 한도로 피해액의 10∼30%를 보상받을 수 있으나,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수억원 이상 소요되는 양식어업인의 피해를 보전하는 데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어업인의 실질적인 재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양식재해보험)을 시행해 왔다. 양식재해보험은 태풍, 적조 등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어가의 어업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보험 제도로, 2008년 넙치를 시작으로 올해는 전복, 굴, 참돔 등 24개 품목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적조로 넙치가 폐사한 완도군 어민 A씨에 3억4300만원, 강풍과 풍랑으로 굴양식에 피해를 입은 통영시 양직업자 B씨에게 보험금 7800만원을 지급하는 등 148개 피해 어가에 보험금 141억원을 지급했다.
보험가입률은 2011년 8.2%에서 2015년 35.5%로 증가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쳐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순보험료의 50%, 부가보험료의 100%를 지원하고 보험특약을 세분화해 특약보험료의 40∼60%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방비 보조를 확대하는 등 양식어가의 부담을 완화해 올해에는 가입률을 40% 이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입률이 저조한 김, 미역, 다시마 등은 원인을 분석해 제도를 개선하고, 내년까지 대상품목을 27개로 확대하는 등 양식어가의 실질적 보험혜택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근 최현석 셰프가 해수부와 함께 양식새우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여 음식평론가와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믿을 수 있고 맛도 있는 양식수산물은 어느새 우리 식탁 위 수산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양식업을 21세기 미래 10대 주요산업으로 지목하고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양식업을 더욱 성장시켜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태풍, 적조 등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고자 한다. 양식재해보험을 통해 맛있고 안전한 양식수산물이 국민의 밥상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양식어민의 주름살을 활짝 펴게 하고 싶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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