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자금을 대출해 준 에너지업체들이 저유가에 파산하며 엄청난 손실을 입은 미국 대형은행들이 최근 유가 회복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은행들은 셰일 오일 붐에 편승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늘렸지만, 유가가 2014년 고점에서 60% 이상 하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고 충당금을 쌓아야만 했다.
올해부터 석유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월 저점을 기록한 유가는 최근 4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서면서 저점 대비 60% 이상 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업체의 '파산 도미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도미노가 무너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국제기업법률사무소인 '헤인즈 앤 분'에 따르면 지난달 '챕터11' 파산보호신청을 한 기업은 총 11곳으로 이들의 총 부채는 149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3월에 7곳이 파산하고 총 부채가 19억달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파산규모가 약 8배나 커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물론 유가가 오르는 것이 기업들에 도움은 되지만, 레버리지를 한껏 키운 기업들을 구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지난해 말과 달리, 자산시장이나 고수익채권시장을 통해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라며 "시장에서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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