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동생 기아차가 승용차(RV 포함) 판매량에서 형 현대차를 넘어섰다. 2013년 12월 이후 2년4개월만이다. 세단이 주력인 현대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운 기아차에 수요가 더 몰린 결과다.
1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의 4월 국내 시장 승용차 판매량은 총 4만3426대로 현대차(4만3216대)를 앞섰다. 기아차는 2013년 12월 3만5997대를 판매해 현대차를 210여대 앞선 것을 마지막으로 2년 넘게 2위에 머물렀다.
기아차의 약진은 현대차보다 많은 SUV를 확보한 데서 비롯된다. 현대차 판매량이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총 7개 SUV 라인업으로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4월만 하더라도 기아차의 쏘렌토(8256대), 카니발(5490대), 스포티지(4548대) 외 니로(2440대)와 모하비(1664대) 등 SUV에서만 총 2만2826대를 팔며 세단 판매량(2만600대)을 훌쩍 넘겼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싼타페가 6518대, 투싼 5744대, 맥스크루즈 1000대 등 SUV에서 1만3262대 판매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현대차의 부진이다. 상용차를 포함한 4월 총 판매량은 기아차가 전년대비 13% 늘어난 4만8505대, 현대차는 6% 줄어든 5만9465대를 기록했다. 세단 판매량 2만3545대 가운데서도 쏘나타(8057대), 아반떼(7658대), 그랜저(5165대)에만 수요가 몰려 사실상 현대차는 주력 모델이 현 판매세를 지켜내고 있다.
수입차 공략을 위해 내놓은 아슬란은 4월 176대를 팔았다. 1월 266대가 팔린 후 4월까지 100여대 중반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오닉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첫 친환경 전용 모델로 준비했지만 본격 생산이 시작된 2~3월 1000대 판매를 넘겼지만 4월 750대로 뚝 떨어졌다. 매달 1만대씩 팔리는 포터만 빠지면 사실상 기아차가 우위에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SUV 라인업을 구축한 기아차가 중장기 승부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SUV 수요가 꾸준한 데다 현대차가 올해 계획한 신차 라인업도 세단에 몰려 있어서다. 무엇보다 향후 제네시스 EQ900의 판매량이 현대차 브랜드 통계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어 현 기준 매달 3000대씩은 줄어들 전망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새 SUV 라인업에 포함된 니로가 출시 한달만에 2500대 판매량을 올려주며 전체 실적이 향상됐다"며 "신차 효과와 캠핑 수요까지 감안하면 지금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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