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2세트로피 최종일 연장 두번째 홀서 '우승 버디'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이번에는 왕정훈(21)이 '유럽 챔프'에 등극했다.
9일 새벽(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 로열골프다르에스살람(파72ㆍ7487야드)에서 끝난 유러피언(EPGA)투어 하산2세트로피(총상금 150만 유로)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보태 나초 엘비라(스페인)와 동타(5언더파 283타)를 만든 뒤 연장 두번째 홀에서 기어코 '우승 버디'를 솎아냈다. 우승상금이 25만 유로(3억3000만원)다. 지난달 25일 이수민(23ㆍCJ오쇼핑)의 선전인터내셔널 우승 이후 한국의 올 시즌 두번째 쾌거다.
선두와 3타 차 5위로 출발해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었다. 오전부터 비가 내려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한 선수가 불과 5명 밖에 없는 악천후 속에서 스코어를 지키는 철벽 수비가 돋보였다. 8번홀(파4) 보기를 9번홀(파3) 버디로 만회한 뒤 후반 12번홀(파5)의 '2온 2퍼트' 버디로 가속도를 붙였고, 마지막 18번홀(파5) 버디로 기어코 연장전을 성사시켰다.
결과적으로 18번홀이 '행운의 홀'이 됐다. 이 버디에 이어 18번홀에서 속개된 연장 2개 홀 모두 버디를 쓸어 담았다. 연장 첫번째 홀에서는 그린 오른쪽 나무 근처에서의 세번째 샷이 홀에서 15m나 떨어졌지만 장거리 버디퍼트를 집어넣어 기세를 올렸고, 두번째 홀에서는 6m 버디로 마침표를 찍었다. 엘비라는 그러자 연장 두번째 홀 파로 결국 백기를 들었다.
왕정훈이 바로 필리핀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2011년 필리핀아마추어챔피언십을 제패하는 등 어려서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 2012년 중국프로골프(CPGA)투어, 2014년에는 아시안(APGA)투어에 진입해 올해는 9일 현재 상금랭킹 6위를 달리는 등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입성을 꿈꾸고 있다. 평균 308야드의 장타를 장착했다는 게 고무적이다.
실제 지난 3월 APGA투어와 EPGA투어가 공동주관한 히어로 인디언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우승으로 앞으로 2년간 EPGA투어 시드를 확보해 세계무대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 현재 세계랭킹 133위, 이날 오후 발표할 주간 골프 세계랭킹에서 '톱 100' 진입이 유력해 EPGA투어는 물론 PGA투어 초청 등판의 기회도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왕정훈에게는 한국의 리우올림픽 태극마크 경쟁까지 욕심나는 시점이다. 24위 안병훈(25ㆍCJ그룹), 48위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 75위 이수민에 이어 네번째 주자로 등장했다. "어제는 잠을 거의 못 잤다"는 왕정훈은 "18번홀과 연장 2개 홀 등 3개 홀 연속버디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친한 사이의 이수민 선수가 지난달 우승해 기뻤는데 나도 이렇게 정상에 올라 행복하다"고 환호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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