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리우올림픽 티켓 경쟁, 안병훈 '굳히기', 김경태와 이수민은 '불꽃 추격전'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안병훈의 '굳히기' vs 김경태와 이수민의 '추격전'.
한국 남자골프의 리우올림픽 '태극마크'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안병훈(25ㆍCJ그룹)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포인트를 쌓고 있고,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이수민(23ㆍCJ오쇼핑)은 유러피언(EPGA)투어 등 서로 다른 월드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게 재미있다. 4명이 출전하는 여자골프와 달리 딱 2명만 나갈 수 있는 진검승부다.
안병훈이 4일 현재 세계랭킹 24위(3.47점)로 가장 순위가 높다. 전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골프장(파72ㆍ7425야드)에서 끝난 PGA투어 취리히클래식(총상금 700만 달러) 준우승을 앞세워 지난주 31위에서 7계단이나 순위가 올라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최종 3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쳐 연장전에 합류했다가 분패해 오히려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유러피언(EPGA)투어 메이저 BMW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세계랭킹 상위랭커 자격으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빅 매치에 등판하고 있어 포인트를 축적할 기회가 많다는 게 고무적이다. 안병훈에게는 더욱이 아버지 안재형이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동메달리스트, 어머니 자오즈민이 중국대표로 나서 여자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동기부여가 작용하고 있다.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당시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나 올림픽을 거쳐 한국과 중국의 수교 전인 1989년 마침내 결혼에 골인해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로 세계적인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안병훈은 "그 때 한국과 중국 선수가 교제하는 건 큰 이슈가 됐다고 들었다"며 "리우올림픽에서 부모님이 따지 못한 금메달을 수확한다면 더욱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치를 부풀렸다.
김경태는 지난 1일 JGTO 더크라운스(총상금 1억2000만엔)에서 연장혈투 끝에 시즌 2승째를 쓸어 담아 지난주 60위에서 48위(2.48점)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2주 전 도켄홈메이트 우승, 지난주 파나소닉오픈 공동 2위 등 3주째 우승 경쟁을 펼쳐 '서열 2위'를 지켰다. JGTO의 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톱 50'에 진입하면서 미국이나 유럽무대에 초청선수로 나설 수 있다는 히든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
이수민이 '복병'이다. 당초 '안병훈+김경태 카드'로 압축됐던 한국 대표팀 구성을 급변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지난달 25일 중국 선전 젠존골프장에서 열린 선전인터내셔널(총상금 280만 달러)에서 E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내 75위(1.82점)로 수직상승한 게 출발점이다. 선전 챔프 자격으로 2018년까지 EPGA투어 시드를 확보해 유럽무대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중국원정길'을 마치고 2일 귀국한 이수민 역시 "다음주 남아공에서 개막하는 아프라시아뱅크모리터스오픈부터 7~8개의 EPGA투어가 이어진다"며 "체력이 닿는 한 최대한 출전해 올림픽 티켓을 노리겠다"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이수민과 김경태가 5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골프장에서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격돌한다는 게 그래서 더욱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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