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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의 덫]풍요의 저주에 역습당한 韓제조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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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의 덫]풍요의 저주에 역습당한 韓제조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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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풍요의 저주가 한국 제조업을 강타하고 있다. 원유로 대표되는 원자재에서부터 상품과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상품은 넘쳐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공급과잉을 해소해줄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면서 제조업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신흥국 수요증가 등으로 치솟던 국제유가는 셰일혁명 등에 따른 석유 공급과잉으로 2014년 6월 이후 급락해 현재까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실패, 미국 석유수출 금지 해제 등 저유가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는 등 바야흐로 신(新)저유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공장에서 전 세계의 소비처가 된 중국이 공급과잉과 소비감소를 일으키고 이는 다시 글로벌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이 끝이 모르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조선산업은 해양플랜트를 돌파구로 삼았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무차별 수주와 저유가에 따른 신규 수주 감소를 겪으면서 막대한 부실을 떠안게 됐다. 특히 조선산업의 발주처인 해운시황이 위축되면서 조선산업의 공급과잉은 향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기존 수주로 버티어 오던 한국 조선산업은 신규 수주가 끊길 경우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고 이는 조선산업으로 버텨온 울산과 거제의 지역경제는 물론 대규모 고용산업의 몰락으로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

철강산업도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의 신규설비 가동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철강공급이 급증하면서 통상마찰 증가와 철강가격하락, 실적악화 등을 겪고 있다. 중국이 철강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유와 원자재, 상품 등 수출입 물동량이 활발하던 시기에 앞다퉈 대형 선박들을 발주하고 선사들과 고액의 용선료 계약을 체결했던 해운업계는 물량은 줄고 용선료 부담은 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인 중후장대산업인 자동차산업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감원의 한파에는 비껴나 있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위기와 위협요인이 잠복해있다. 최근 수 년 전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신흥국이 선진국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저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해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들어 3월까지 석달 연속 지난해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가 4월에야 소폭의 반등에 성공했다.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은 경제성장이 역신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올해도 두 자릿수이상 판매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익은 전년대비 15.5%나 감소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치킨게임 재연이 우려되고 있다. 치킨게임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업체가 감산할 때까지 설비 증설을 가속하는 업계의 출혈 경쟁을 말한다.치킨게임의 주도는 중국이다.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XMC는 후베이성 우한에 총 240억달러를 투자해 월 2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칭화유니그룹 등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대부분 낸드플래시 투자 전략을 세워놓았다.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인 인텔은 중국 다롄 공장을 개조해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현재 삼성, 도시바, 샌디스크,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인텔 등 6개 업체가 점유율을 분할하고 있다. 다만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치킨게임을 능가할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발(發) 치킨게임을 기술력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후발 중국 업체들의 설비 증설로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에 있었다가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TV, 모니터, 노트북PC, 태블릿PC 등 4대 제품의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급감하면서 공급과잉에 수요급감, 가격하락에 실적악화의 겹겹이 악재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공급과잉의 역설이 우리 경제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개별기업과 업종은 물론이고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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