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5일 오전 11시 '까삐딴 그리쉰호' 포항 양포항으로 견인 마쳐...부산 요트대회 참석차 가던 중 포항 인근해역서 강풍·기관 고장으로 표류...한-러 해상수색구조협정 체결 합의 후 첫 구조 사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러시아 국적 요트가 기관 고장으로 동해에서 표류하다가 우리 해경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5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요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 나호드카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러시아 국적 '까삐딴 그리쉰'(Kapitan Grishin)호가 급격한 기상 악화 및 엔진 고장으로 지난 3일 오전6시30분부터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 배는 3명이 타고 있던 길이 12m, 7t급의 세일링 요트였다.
대회 주최 측은 도착해야 할 시간이 지나도록 이 배가 부산항에 입항하지 않자 이날 오후3시30분쯤 신고했고, 해경은 즉시 대형함정 3척과 항공기를 동원에 해상 수색에 나섰다. 해경은 당시 해상이 6m 높이의 파도와 최대 24m/s의 바람이 부는 등 풍랑경보가 발효된 상황이었음을 감안해 사고 선박이 울산 주변 항ㆍ포구에 긴급 피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해안가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해경은 12시간 간격으로 발신되는 사고선박의 구조요청신호를 추적해 표류 이틀만인 4일 오후3시쯤 포항 호미곶 동방 약 78해리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는 사고선박을 발견했다. 선장 레오니드(60세)씨를 포함한 선원 모두 안전했고, 해경은 이 배를 포항 양포항으로 예인하기 시작했다.
예인 도중인 4일 자정 쯤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예인색(조난선박을 끌기 위하여 연결하는 로프)이 절단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해경은 이를 무릅쓰고 5일 오전 11시쯤 포항 양포항으로 무사히 선박을 이동시켰다.
이에 날 알렉산드르 보스트리코프(Alexander Vostrikov) 주(駐) 부산 러시아총영사가 사고선박이 입항하는 포항 양포항을 방문해 해경의 적극적인 구조활동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상호 해역에서 선박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하고 긴밀한 수색구조활동을 위한 '한-러 해상수색구조협정'을 올해 안에 체결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7일 양국은 모스크바에서 한-러 해상수색구조협정 체결에 공식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2006년 동해상에서 발생한 원목선 '시네고리예호' 침몰사고, 2014년도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오룡호 사고 등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한 결과물이었다. 이번 까삐딴 그리쉰호의 구조는 협정 체결 합의 후 발생한 최초의 양국간 구조협력사례다.
홍익태 해경 본부장은 "악천후 속에서도 끝까지 귀중한 생명을 구조하여 다행이며, 앞으로도 '1979 해상수색 및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 과 인도주의 정신의 입각하여 우리해역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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