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port] 선거범죄의 진화, 흑색선전이 금품살포 2배…홍보업체와 입소문 마케팅 계약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선거부정의 방법이 '돈'에서 '거짓말'로 이동하는 추세가 확연하다." 대검찰청 공안부(검사장 정점식)는 제20대 총선 범죄 특징을 이렇게 진단했다.
과거에는 '고무신 선거'가 주류를 이뤘다. 생필품을 은밀히 건네며 '한 표'를 부탁하는 게 관행이었다. 대규모 장외 연설이 주된 선거운동이던 시절에는 사람 동원 과정에서 '돈 살포'가 골칫거리였다. 운동원이 안주머니에 돈 봉투 수십개를 넣고 다니며 뿌리던 시절이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첨단 홍보수단이 발달하면서 흑색선전과 여론조작이 효과적인(?) 선거운동 수단으로 떠올랐다. 특히 20대 총선은 흑색선전 사범 비율이 금품선거 사범을 앞지르는 첫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20대 총선 당일(4월13일) 자정 현재, 선거사범 1451명을 입건하고, 그중 31명을 구속했다. 19대 총선 때 입건자 1096명보다 32.4% 늘어난 수치다. 선거사범 비율은 흑색선전 41.7%, 금품선거 17.9%, 여론조작 7.9% 등으로 나타났다.
후보자 홍보를 위해 '바이럴 마케팅' 방식이 동원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출마한 A후보 측은 홈페이지 구축과 SNS 모니터링 명목으로 홍보업체 대표와 132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 홍보업체는 직원 명의로 개설된 61개 계정(트위터와 네이버 계정)으로 선거 관련 글 1231개를 조직적으로 게시했다.
이들은 후보자 게시물을 네이버 검색순위(1~5위)에 올리기 위해 선거구와 후보자명을 키워드로 조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IP 추적이 어렵게 인터넷보안(VPN) 업체를 이용하는 등 최신 SNS 광고마케팅 전략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홍보업체와 A후보 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내 경선이 여론조사로 결정되고, 본선에서도 판세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론조사 눈속임'도 빈발하고 있다. 후보자와 언론사 간부, 여론조사 업체가 결탁해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관계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여당 예비후보로 서울에 출마를 준비하던 B씨는 당원 상대 여론조사를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인 것처럼 꾸며 언론에 보도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당선 가능성에서 55% 대 35%로 현역인 야당 의원을 앞서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B씨는 당내 경선에 탈락해 출마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밖에도 여론조사 조작 사례는 하나둘이 아니다.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한 것처럼 언론에 노출시키고, 선관위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허위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사례도 있다.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당선자 104명이 입건되고 98명이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19대 총선 때는 30명의 당선자가 기소돼 10명이 당선무효 처리됐다.
검찰은 총선 직후 일부 당선자 측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14일 수원무 김진표 당선자의 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이천시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울산 윤종오 당선자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선거구에서 당내경선부터 격전이 치러지는 등 선거 분위기가 과열됨에 따라 선거사범도 증가했다"면서 "다양한 방식의 신종 여론조작 사범이 출현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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