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이룩한 유례없는 경제성장의 근간에 교육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성장경험과 그 성장을 이루어낸 교육적 노력을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어떤 다른 선진국보다 우리나라와의 교육개발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인천에서 개최된 세계교육포럼은 다양한 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논의하면서 글로벌 교육의 핵심의제로 '지속적인 교육의 질 개선'을 강조했다.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중등 교육과 관련해 '개발도상국을 위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D)' 사업을 교육개발협력의 어젠다로 내세우며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교육의 질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PISA 사업은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대략 만 15세 무렵)에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을 평가함으로써 누적적인 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자 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다. OECD는 이 PISA 사업을 개발도상국으로 확대 시행함으로써 전 세계 소외계층 학생들의 학습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통한 역량 개발을 도모하는 한편, 참여국에 맞는 교육 정책을 개발ㆍ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PISA-D 사업은 지금까지의 교육분야 국제개발협력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실제적인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PISA-D 사업의 파트너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세계은행, 유네스코, 유니세프, 유엔(UN) 및 산하 지역기구들이다. 이 사업에는 에콰도르, 과테말라, 세네갈, 잠비아, 캄보디아, 파라과이, 온두라스 등의 7개국(파나마는 부분 참여)이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예비시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 나라는 학교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터라 국제적인 수준의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분석해 자국의 교육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은 2013년부터 OECD 교육국의 요청을 받아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캄보디아의 멘토 국가로 활약하고 있다.
KICE는 캄보디아의 교육환경과 요구를 기반으로 평가 역량 개발을 위한 컨설팅 등을 실시하고, 지속적으로 교육과정, 교육평가 관련 정보와 교육정책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캄보디아의 국가수준 평가시스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기적으로는 PISA-D의 성공을 지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캄보디아의 국가발전을 위한 기반으로서의 교육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KICE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채점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 연구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그리고 수능시험, 교원 임용시험과 같은 국내의 국가수준 평가뿐만 아니라 PISA, 수학ㆍ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 국제 컴퓨터ㆍ소양 연구(ICILS)와 같은 국제적인 평가의 시행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한 KICE의 전문성은 국제 사회가 대한민국에 기대하는 교육개발협력의 역할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바탕이다. KICE의 활약을 통해 우리는 교육을 통해 국가 발전을 도모하던 노하우를 협력 대상국에 전달함으로써, 국제 사회가 추구하는 상생공영의 목표 도달에 기여할 수 있다.
KICE는 향후에도 그 동안 축적해 온 전문성을 발휘해 국제 사회의 교육과정 및 교육평가 분야에 대한 협력 요구를 수용하면서 포스트(Post) 2015의 실현, 세계교육포럼 인천선언,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와 같은 국제적 교육 의제에 부합하는 교육개발협력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국가이면서 성장의 경험을 나누고 개발도상국의 성장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세계사회의 구성원으로, 국제개발협력 시대의 중추적인 국가가 됐다. 그리고 KICE는 세계사회가 대한민국에 기대하는 교육개발협력 분야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세계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적극 응답하고자 한다.
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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