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번째 마스터스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한 선수는 딱 5명이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바로 '유리판 그린'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올해는 핀 위치가 더욱 어려웠고, 강한 바람까지 가세해 세계 정상급 골퍼들 역시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니 윌렛(잉글랜드)의 '짠물퍼팅'이 돋보인 이유다. 필자는 지난해 직접 라운드를 해본 경험이 있다. 미묘한 언듈레이션과 빠르기에 감탄과 아쉬운 탄성을 지른 기억이 생생하다.
"골프코스 최고의 조건은 퍼팅 그린(high quality putting greens)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1934년 마스터스를 창설한 '구성(球聖)' 보비 존스(미국)의 명언이다. 빠른 스피드의 그린을 정복하는 자가 마스터스의 승자가 된다(conquer greens of table-top speed to earn his dream Masters triumph).
존스가 요구한 5가지 조건이 있다. 잔디 밀도가 빽빽할 것(rich turf density), 부드러우면서 단단할 것(smoothness and firmness), 잔디가 건강하며 결에 힘이 있을 것(healthy and vigorous), 균일하게 깎여 있고(mowing uniformity) 병충해나 환경적 변화에 강할 것(disease or environmental stress), 골퍼의 잦은 왕래에도 견뎌낼 것(foot traffic tolerance) 등이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그린이 어려울수록 더 좋다(The harder the greens the better)"며 오거스타에 대해 "매우 빠르고 잔디가 건강하다(The greens were very, very quick and very healthy)"고 호평했다. 제이슨 데이(호주)는 "타일 위에서 퍼팅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필 미켈슨(미국)은 빠른 그린을 칭찬하지만 비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 속도가 늦어져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첫날 1번홀(파4)에서 불과 1m 거리의 6퍼팅이라는 참사를 당했다. 무려 9타 만에 홀아웃해 퀸튜플보기(six-putt quintuple bogey)를 적어냈다. "오케이(OK) 퍼트도 신중하지 않으면 비극이 올 수 있다"는 교훈이다. 오거스타의 스피드는 14피트다. 참고로 당구대는 20피드, 아스팔트 18피트, 퍼팅 매트 8.5피트 정도다. 아마추어골퍼들이 보통 빠르다고 느끼는 게 8.5피트부터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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