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수습기자, 이경희 디자이너]
개그콘서트 ‘1:1’ 코너의 ‘이병원’ 캐릭터가 인기입니다. 개그맨 이세진씨가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단어를 뒤죽박죽 섞는 말장난이 주특기입니다.
예를 들어 ‘고구려 연개소문’을 ‘고려연구 개소문’ 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돌아이맨 슈퍼왔다’로 바꾸는 식입니다.
이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씨의 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을 패러디한 것인데요. 이렇듯 글자나 단어의 순서를 뒤바꾸는 기법을 어구전철(語句轉綴) 혹은 애너그램(anagram)이라고 합니다.
과거 개그맨 박명수씨는 한 프로그램에서 ‘재능기부’를 ‘기능재부’로 말하는 애너그램식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애너그램은 개그 소재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악역 볼드모트(I am Lord Voldemort)의 이름은 본명 톰 마볼로 리들(Tom Marvolo Riddle)의 애너그램입니다.
축구선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리버풀 시절 홈 구장의 이름 안필드(Anfield)와 자신의 딸 델피나(Delfina)가 애너그램을 이룬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것은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이승만 찬양시’의 ‘세로드립’도 글자를 바꿔 읽는다는 점에서 애너그램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자의 부수를 쪼개 읽는 파자(破字)도 애너그램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학자 조광조(趙光祖)는 나뭇잎에 쓰인 주초위왕(走肖爲王)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애너그램의 세계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상 '아제 시경아'였습니다.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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