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8~9일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을 방문한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팽배한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극복하고 종반전으로 치닫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향배를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호남은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문 전 대표 체제로 치른 지난 총ㆍ대선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노ㆍ장년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팽배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은 문 전 대표의 호남행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고, 문 전 대표 역시 공식선거운동 이후 지금까지 호남행을 자제 해 왔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가 호남행을 결정한 것은 이 지역에 팽배한 반문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이 배출한 고(故)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당선된 점을 감안할 때, 호남 방문을 자제하는 것은 자칫 총ㆍ대선 '포기'로 비쳐질 수 있는 까닭이다.
문 전 대표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전날 표창원 더민주 경기 용인정 후보 지원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 대선주자의 자격이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는 8일 오전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방문하는데 이어 이튿날인 9일 오후 전북 정읍ㆍ익산을 잇따라 방문해 하정열 후보(전북 정읍고창), 한병도 후보(전북 익산을)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이 '역풍(逆風)'으로 작용하지 않으려면 특별
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문 전 대표가 과거 호남 민심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대화의 장을 만든다면 나쁘지 않다"며 "섭섭하고 억울하더라도 대승적인 자세로 통 큰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호남을 찾을 문 전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호남 방문은 특정후보 지원보다는 호남 민심에 귀 기울이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지지를 호소하는 위로ㆍ사과ㆍ경청의 목적"이라며 "광주에서는 특별한 형식 없이 여러 세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타를 들어가며 민심 한가운데로 들어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