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부친이 4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 의혹이 제기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파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영국 언론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의 부친 이언 캐머런이 이사로 재직했던 바하마 소재 투자펀드 '블레어모어 홀딩스'가 파나마의 조세 회피처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오랜 고객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언 캐머런은 주식중개인 출신으로 2010년 사망했다.
1982년 설립된 블레어모어는 약 3000만파운드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알파벳과 디즈니, AIG, UPS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특히 BBC는 이언 캐머런이 블레어모어 이사회를 스위스나 바하마에서 열었는데 이는 영국에서 개인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지 않는 것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사회 회의들이 영국에서 열면 영국 거주자로 간주돼 영국에서 세금을 부과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가디언은 또 블레어모어가 영국에서 세금을 피하려고 스위스와 바하마 출신 6명을 이사로 채용해 이사진 과반을 외국 거주자로 채웠다고 보도했다.
블레어모어는 지난해 캐머런 내각이 금지한 무기명주(bearer shares)를 2006년까지 이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2005년 블레어모어 자료에 따르면 바하마 소재 한 은행의 직원 2명이 회사 주식 237만주를 무기명주로 보유한 공식적인 소유자로 등록돼 있었다. 현재 무기명주는 돈세탁과 탈세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러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블레어모어가 2006년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으면서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밝혀졌다.
투자 안내서는 "이사들은 투자회사 업무가 영국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도록 처리하려는 의도다. 따라서 투자이익에 대해 영국 법인세나 소득세나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BBC는 블레어모어가 지금까지 영국에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의 개인적인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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