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때도 수출기업 가격경쟁력 안 나타나
향후 국제정세에 따라 변동성 확대 예상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내수 부진, 불확실한 경제 상황, 수출 부진, 춤추는 환율…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서 나타난 제조 업체들의 주요 애로 사항들이다. 이 가운데 환율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며 다른 요인들보다 더 수출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달 31일 발표한 3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2월보다 5포인트 올랐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 체감 경기 호전'으로 보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앞서 이 지수는 작년 10월 71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오른 이래 올해 2월까지 하락세를 지속했다.
제조 업체들이 최대 경영 애로사항으로 내수 부진(24.6%)을 거론했다고 한은은 전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20.4%), 경쟁 심화(11.4%), 수출 부진(10.3%)과 함께 환율(7.9%)도 걱정거리의 하나로 꼽혔다.
특히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은 수출 기업들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1245원대까지 고점을 높인 원/달러 환율은 3월 들어 90원 넘게 급락하며 1143.5원(3월31일 종가)으로 마감했다.
그러다 4월 첫 거래일엔 5거래일 만에 반등하면서 다시 1150원대로 진입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달러당 1154.2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10.7원 올랐다.
같은 날 한은은 지난 2월 경상수지 흑자가 75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2년 3월부터 48개월째 흑자가 이어져 최장 흑자 기록을 다시 썼지만 환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제·금융 상황과 주요 지표에 따라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한편 2월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할 때 오히려 수출 기업들의 업황 BSI는 2009년 3월 이후 7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들에 가격 경쟁력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당시 환율 상승은 변동성이 부각되며 실제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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