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현진 인턴기자] 28일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놓고 일본 학자들이 찬반 격론을 벌였다.
이날 일본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 국제 교류홀에서 리버럴(진보) 세력으로 분류되는 10여명의 학자들이 각각 이 책에 대한 옹호론자와 반대론자 입장에서 토론했다.
해당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일본에서도 박 교수의 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를 두고 진보 진영에서도 적지 않은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찬성론자들은 박 교수의 책에 대해 "전면적·실증적·이성적, 그리고 윤리적인 분석"(다나카 아키히코·정치학자),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데 피해갈 수 없는 책"(우에노 지즈코·여성학자)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자료의 인용 등 방법론적 차원에서 기본도 갖추지 못한 책"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이들이 '위안부 문제와 어떻게 마주할까-박유하씨의 논저와 그 평가를 소재로'라는 토론회를 연 것이다.
4시간 이상 진행된 토론회에서 찬성하는 쪽에 선 학자들은 책이 제시한 시각과 저자의 저술 의도를 강조했다.
니시 마사히코(西成彦)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일본군의 관계를 '동지적 관계'로 평가한데 대해 "일한 대립의 패러다임을 넘어 전쟁 수행의 협력자 역할을 강요당한 남녀 모두 피해자였을지 모른다는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시야에 넣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일본의 면죄를 위해 제국의 위안부를 남용하는 것은 잘못이며, 책을 과도하게 공격하는 것도 같은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제국의 위안부를 단서 삼아 전향적으로 논의할 것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군위안부 문제로 인해 일한관계가 악화했는데 그 악순환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저자가 생각한 것 같다"며 "(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일본만 탓할 것이 아니라 한국도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듯 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박 교수의 주장에 논리 비약이 있으며 학문적으로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내 군위안부 연구의 선구자격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주오대 교수는 이른바 '동지적 관계' 주장에 대해 "위안부 여성들이 절망적 상황 속에서 얼마나 살아남고 싶었는가에 대한 시선이 부족하다"며 "살아남기 위해 특정한 병사의 비호를 원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걸 두고 위안부와 병사가 동지적 관계였다고 하는 것에는 매우 큰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요시미 교수는 '위안부가 2∼3개월에 한번 꼴로 외출했다'는 피해자 증언을 제국의 위안부가 거론했지만 그 증언은 사실 '높은 지위의 군인이 허가하면 외출이 가능했지만 우리만으로는 불가능했다'는 정반대의 내용이었다고 지적하며 "연구서로서는 실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영환 메이지가쿠인 대학 준교수는 박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인용·활용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에는 "병사의 (성적인) 수요를 만들어내고, (민간)업자의 인신매매를 묵인한 책임만 묻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부인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제국의 위안부' 옹호론자들은 국경의 틀을 넘으려는 박 교수의 시도를 평가하려는 입장인 반면 비판론자들은 책의 구체적인 문제점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일부 찬성쪽 참가자들도 박 교수가 저지른 방법론상의 오류 등은 인정하면서, 박 교수의 대한 검찰의 기소가 잘못이라는 점에 대해선 반대 쪽도 동의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사노 도요미(淺野豊美) 와세다 대학 교수는 "학문의 자유가 걸린 문제가 재판정에 오른다고 하면 사회의 진화·발전이 멈춘다"고 주장했다.
정리자로 나선 나카노 도시오 도쿄외국어대학 명예교수는 "이런 수준의 책이 일본 사회에서 평가를 받는 것은 일본인이 가해자라는 (한국의) 비판에 일본 사회가 지쳤기 때문"이라며 "일본 사회가 이 점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이날 토론회를 마쳤다.
손현진 인턴기자 free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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