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최선의 방법은 골인 것 같았다."
김진수(24·호펜하임)가 24일 레바논과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7차전 경기가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축구대표팀은 이날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레바논을 1-0으로 눌렀다. 7전 전승을 기록했고 무실점에 관한 중요한 기록도 이어갔다.
하지만 김진수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팀이 이긴 것에 대해서는 기뻤지만 자신의 경기력에 100% 만족할 수 없었다.
김진수는 왼쪽 수비수로 나와서 이청용(28·크리스탈팰리스)을 지원사격했다. 몇차례 크로스와 공격 가담이 시도됐지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한 여파가 공수에서 보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은 이례적으로 공식석상에서 김진수를 걱정했다. 그는 김진수를 이청용과 직접 비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김진수의 차이는 벤치에 앉느냐 안 앉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이청용은 경기를 뛰지는 못하지만 계속해서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언제든지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진수는 소속팀에서 다섯 경기 넘게 대기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그 이유나 영향이 이번 경기에 나왔다. 공격과 수비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고 했다.
김진수의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를 소극적으로 임한 것이 사실이다. 경기를 오래 뛰지 못해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앞서서 뛸 수 없었다. 패기만 앞세워서 뛰었다가는 오히려 팀에 피해가 갈 수 있었다. 그래서 김진수는 정말 자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만 경기를 뛰려고 했다.
그는 "오늘 감독님께서 주 루트가 사이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왼쪽은 물론이고 오른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선수들이 움직였다. (이)청용이형 등이 많이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향해 짧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면서 "아직 오늘은 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일단 경기감각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몰랐기 때문에 경기력을 체크해보고 싶었다. 그런 쪽으로 경기를 뛰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스스로도 경기감각이 떨어진 사실을 느꼈다. 그는 "좋을 때 100%라면 지금은 70% 정도인 것 같다. 완전히 문제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 스피드도 체력도 좋을 때만큼 안 나왔다"고 했다.
사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김진수는 앞으로가 더 어렵게 됐다. 당장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소속팀 호펜하임으로 돌아가면 지금 주전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대표팀에서 자신감을 얻고 가더라도 일단은 경기에 나갈 때까지 기다려봐야 된다. 기회가 오면 자신의 진가를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김진수는 골이 답이라고 했다. 보통 축구 선수에게 득점은 자신의 부진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다. 김진수는 답답한 가운데서도 그 생각이 떠오른 눈치였다. 실제로 레바논과의 경기 중 후반전에 중앙으로 이동해 직접 중거리 슈팅도 때렸다.
김진수는 "제가 아무리 생각을 해봤는데 이 순간에 골을 넣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포지션은 골을 넣는 사람도 아니고 내 할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부족했나 보다. 부상 없이 팀이 이기고 그래도 마무리는 잘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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