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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국가별 법인세 정보 공개 추진 '진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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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 기업들에 국가별 법인세 정보 공개 추진
버뮤다 제도 등 非유럽 지역 정보는 배제돼 '논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이 기업 탈세를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법인세 정보 공개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큰 진통이 예상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 문건을 단독 입수, 유럽에서 수익을 내는 다국적 기업들이 유럽 각 국에서 얼마나 이익을 내고 세금을 납부하는지 좀더 분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건 내용에 따르면 연 매출이 7억5000만유로 이상인 기업들은 매년 이익과 세금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 EU는 기업들에 EU 국가별 분류된 직원 숫자, 순매출, 세전 이익과 손실 정보, 소득세 납부 정보를 공개토록 할 계획이다. EU 국가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은 물론 EU 국가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에도 적용된다. FT는 EU 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2000개 기업을 포함해 총 6000개 기업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집행위 방안의 핵심 내용은 기업들이 EU 개별 국가별로 법인세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별로 정보를 공개토록 한 조치에 대해서는 유럽의회와 비정부기구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요구가 있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개별 국가와 별도의 특혜 계약을 통해 세금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는 최대 340개의 다국적 기업이 룩셈부르크를 통해 최저 1% 수준의 낮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집행위는 별도의 특혜 계약 때문에 EU 국가들이 매년 500억~700억유로 정도의 재정상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FT는 자체적으로 문건을 분석한 결과 문건의 핵심 제안 내용들은 조세정의를 주장했던 이들이 요구했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은행들을 위해 도입했던 국가별 정보 공개 규정에 비해서도 엄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유럽외 지역 세금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조세회피 논란의 주요 거점이 되는 케이먼제도나 버뮤다 등 조세피난처에 적을 두고 있는 법인의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즈벤 지골드 유럽의회 의원은 "EU 집행위 방안대로라면 EU외 지역 조세피난처는 여전히 어둠 속에 가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유럽의회가 원했던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집행위가 최종 제안에서는 내용을 수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행위는 정보공개 수위를 더 높이면 법적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입장이다.


7억5000만유로라는 기준도 논란거리다. 비정부기구 유럽 개발·부채 네트워크'(EURODAD·European Network on Debt and Development)의 도트 마리아 리딩 공동 위원장은 7억5000만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85~90%의 다국적 기업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며 집행위의 제안 내용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FT는 7억5000만유로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은 전체의 10~15%에 불과하지만 이들 기업이 유럽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개별 국가 정보 공개에 대한 EU 각 국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같은 방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각국 세무당국에 국가별 세금 정보가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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