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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집살림 노량진시장]현대화 건물 놓고 평행선 달리는 수협과 상인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3초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문제원 수습기자, 권성회 수습기자]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식 건물 이전을 놓고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와 상인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새 건물은 2012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10월 완공됐지만 상인 중 80%는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협의 과정에서의 소통 부족과 높은 임대료, 새 건물의 불편함이 주요 원인이다. 수협은 남은 상인들의 입주를 재촉 중이다.


수협이 현대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기존 시장 노후화로 안전사고 위험성과 청결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만큼 현대적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역 근처 염천시장에 있던 경성수산이 1971년 이전하면서 형성된 노량진시장은 올해로 45년 됐다. 2002년부터 수협중앙회가 운영해오고 있다.

노량진시장은 2015년 기준 수도권 수산물시장의 4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수산물 유통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낙후된 시설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0년부터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김덕호 수협 과장은 "쓰레기 처리시설이 시장 안에 있어 악취가 나고, 경매장 안으로 차가 들어오기 때문에 매연이나 기름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측은 현대화엔 찬성하지만 새 건물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량진시장 현대화의 목적이 상인이나 소비자 편의 증진이 아닌 수협의 이익 확대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갑수 비대위원장은 "새 건물을 지을 때 정부 지원금이 70% 정도 들어간 건 공공도매시장을 만들어 어민과 상인,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함이었다"며 "하지만 새 건물 면적이 지금보다 9000평 작아 오히려 상인과 소비자의 피해가 커진다"고 했다. 그는 "수협이 남은 부지에 복합리조트를 세워 부채를 갚는 게 현대화의 목적"이라고 했다.

[두집살림 노량진시장]현대화 건물 놓고 평행선 달리는 수협과 상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1층 점포에 놓인 수조가 지정된 구획 밖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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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과정에서의 이견도 있다. 비대위는 새 건물 착공 전 수협이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인 대표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건 맞지만 상인들에게 배정된 공간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몰랐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새 건물에서 한 점포 당 1.5평이 주어진 것은 몰랐다"며 "수협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일단 협약을 한 뒤 언론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새 건물 구조가 장사하기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새 건물은 통로가 3m 정도로 기존에 비해 매우 좁을뿐더러 배수구가 작아 홍수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경매 장소도 좁아 오전 6~9시면 끝났던 경매가 늦어져 유통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협 측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소매점포를 1, 2층에 분산시키는 계획을 추진했다가 취소하는 등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며 "상인 측 주장대로 1층에 모든 점포들을 입주시키려 하니 지금은 공간이 협소하다며 불만을 내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상인들이 반발하는 임대료 인상 문제도 협의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총 23회 회의를 거쳐 월 관리비 및 입주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수협은 지난 3월 15일자로 기존 시장의 계약이 만료된 만큼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 과장은 "주말이 지나면 소매상, 음식점 등 입주가 늘면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무엇보다 남은 상인의 이전 문제가 빨리 마무리 돼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현 노량진시장의 시설이 문제라면 리모델링을 해서 해결할 문제"라며 "100년 전통 노량진시장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이전할 순 없다"고 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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