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불과 3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개발에 성공한 국가로 탈바꿈했다. 베트남이 중앙계획 경제를 탈피해 시장 중심 경제로 변모할 수 있었던 데는 1980년대 후반에 도입된 경제 개혁개방 정책 '도이머이(Doi Moi)'의 영향이 컸다. '도이머이'로 베트남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991년부터 2010년까지 7%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성장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베트남 인구의 33%인 300만 명은 언제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처지다. 베트남 국민 모두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경제 개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향후 20년 내에 중상소득 국가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률을 더 끌어올려야한다.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 나는 2014년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경제에 대한 '공동 보고서'를 펴내는 데 합의했다. 그래서 나온 게 '베트남 2035'다. 한 세대 내에 현대적인 공업 국가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트남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리한 보고서였다. 보고서의 대상은 베트남이지만 경제 세계화와 더불어 더욱 치열해진 경쟁 체제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나라라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세 가지 조언이 포함돼 있다.
우선 베트남이 향후 20년 내에 중상 소득 국가로 탈바꿈하려면 연평균 7%대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혁신을 가속화하고 효율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화를 이룸과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한 복원력을 기른다면 이러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효율성과 경쟁력이 제고된 민간 부문을 육성해야한다. 민간부문이 탄탄해야 일자리 창출, 혁신 추진,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경쟁을 가로막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본과 토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면 베트남의 민간 부문이 활기를 띨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베트남이 무역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트남 국민 전체의 삶을 개선하려면 경제 성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외 계층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고령화와 도시화를 겪고 있는 중산층에 대한 국가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베트남 2035'의 두 번째 메시지다. 베트남은 30년 만에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던 극빈층을 3%대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마지막 남은 3%에 집중해야 할 때다. 베트남의 극빈층은 대부분 소수민족으로 왕래가 어려운 오지에 산다. 자연재해, 기후변화, 경제 위기의 타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후 변화의 악영향에 노출돼 있다. 상당수가 해안 저지대와 하천 삼각주 등 지반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주요 경제 자산도 이곳에 있다.
경제성장과 동시에 저소득층 어린이의 교육 기회를 늘리고 영양 상태를 개선하며 많은 위생 시설을 짓는 일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들이 성년기에 이르러 성공할 역량을 갖출 수 있다. 공동보고서는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확대하고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며 탄탄한 1차 의료 제도를 구축한 후에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 개보험(universal health care)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공동 보고서의 마지막 메시지는 거버넌스(governanceㆍ국정 운영을 위한 의사 결정 과정과 통치 행위)와 관련된 것이다. 베트남이 총체적인 거버넌스 개혁을 추진한다면 2035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거버넌스 개혁 조치는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투명하며 법치를 준수하는 정부 기관이 있을 때 가능하다. 베트남이 이 방면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뤘지만 한층 더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발전하려면 거버넌스의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앞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베트남이 국내 민간 부문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과감한 개혁 과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세계은행그룹은 '베트남 2035' 비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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