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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의 애인' 이몽룡은 경북 봉화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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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 '스토리를 찾아서' - 춘향전에 나오는 그는 실존인물 성이성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한 곳에 이르니 호남 12읍 수령들이 큰 잔치를 베풀어 술판이 낭자하고 기생의 노래가 한창이었다. 어사가 걸인의 행색으로 들어가 종이와 붓을 달라고 했다. 좌중의 한 사람이 떠들썩하게 웃으며 말했다. “길손이 능히 시를 지을 줄 안다면 이 자리에 종일 있으면서 술과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속히 돌아감만 못하리.” 어사는 대답대신 다음과 같은 시를 써주었다.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 황금술잔의 맛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


玉盤佳肴萬性膏(옥반가효만성고) 옥쟁반의 먹음직한 안주는 만 사람의 기름이니

燭淚落時民淚落(촉루락시민루락) 촛불눈물 떨어질 때 백성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도 높구나


이어 서리가 어사 출도를 외치고 당일 파출 수령 여섯 명과 그 외 여섯이 서계(임무 보고서)를 올렸다. 모두 세도가의 자제였다.


'춘향의 애인' 이몽룡은 경북 봉화의 남자였다 영화 '춘향전'의 이몽룡(조승우)과 방자. 광한루 앞에서 춘향을 향해 독백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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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한 대목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계서(溪西) 성이성(成以性, 1595-1664)의 4대손인 성섭이 쓴 <교와문고>에 나온다. 이 책에서 성섭은 저 어사가 바로 성이성이라고 말하면서, 춘향전에도 등장하는 저 시(詩) 또한 그의 작품이라고 밝혀놓았다. 3권으로 된 <교와문고>는 대구의 모성당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에 나오는 춘향의 연인인 이몽룡의 실제인물은 성이성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스토리 전부가 그를 모델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사연의 골격은 성이성의 러브스토리로 볼 만한 상당한 근거들이 있다.


우선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자. 그는 경북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현재 계서당이 있는 자리)에서 태어났다. 자(字)는 여습(汝習)이고 호는 계서(溪西)이다. 아버지는 창녕 성씨로 승정원 승지와 군수를 지낸 성안의(成安義)이고, 어머니는 예안 김씨로 호조참판에 추증된 김계선의 딸이다. 1607년 13세 소년 성이성이 쓴 글을 우연히 대구부사로 와 있던 정경세(鄭經世)가 보게 되었다. 정경세는 경북 상주사람으로 ‘존애원(存愛院)이라는 사설병원을 차려 백성들을 무료진료하기도 했던 언관(言官) 출신의 지식인인데, 그가 성이성의 시문(詩文)을 살펴보고는 크게 될 인물이라 평하였다. 조선시대 ’기자‘라 할 수 있는 그의 눈에, 타협하지 않는 성이성의 강골 기질이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1616년(광해군 8년) 그는 사마양시에 합격했는데 생원시에 합격하여 생원(生員)이 되고, 다시 진사시에 합격하여 진사(進士)가 되었다. 그러나 광해군 때의 난세에는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 (.......)


그런데 이 사람이 바로 춘향의 연인이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잡힌다. 우선 춘향을 만나게 되는 광한루 미팅을 들여다보자. 성이성의 아버지는 1606(선조40)년에서 1611년까지 남원부사를 지냈다. 광한루에는 이곳을 방문한 유력 인사들의 비석이 세워져있었는데, 나중에 이것들을 한군데로 모아두었다고 한다. 거기에 성안의의 비석도 있었다. 이때 성이성도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와서 살았다. 13세에 와서 17세에 떠났다. 지학(志學)의 나이로 과거를 준비하고 있던 그는 단오날 화창한 기운을 못이겨 광한루로 나간다. 이 누각은 조선초 방촌 황희가 이곳에 유배를 왔을 때 조촐하게 지었던 광통루를 정인지가 화려하게 개축하면서 광한루로 바꿨다. 연지(蓮池) 앞 능수버들에 큰 그네가 매어져 있었는데, 성이성은 그쪽을 보지 않는다 하면서도 자꾸 눈길이 갔다. 제비같이 하늘로 차오르는 여인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는 궁금증이 일어 함께 갔던 방자(방자는 이름이 아니라, 시종(侍從)을 가리키는 말이다)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방자가 줄레줄레 그쪽으로 달려가서 뭔가 물어보고는 돌아왔다. “아씨가 누구라 하더냐?” “광한루 곁에 사는 기생 여진의 여식이라 하옵니다.” “여진이라면 퇴기가 아니냐?” “그 여인에게 딸이 하나 있었던 모양이오.” “언제 한번 얼굴을 보며 얘기라도 할 수 있게 말을 넣었더냐?” “내일 저녁에 광한루 앞에 나오면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만...” “합니다만은 무엇이냐?” “부사 나으리께서 야반금족(夜半禁足)을 명하신지라...” “허어, 잠깐이면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두 사람은 춘향전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코스를 밟으며 사랑에 푹 빠진다.


'춘향의 애인' 이몽룡은 경북 봉화의 남자였다 이몽룡의 실제인물이라고 일컬어지는 성이성이 기거했던 계서당.



그리고 성이성이 남원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장면 또한 그가 춘향전의 모델임을 은근히 풍긴다. 암행어사임이 탄로난 그때 그는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원에 들렀다. 1647년 53세때의 기록이다.


“십이월 초하루 아침 어스름길에 길을 나섰는데 십리가 채 안되어 남원땅이었다. 성현에서 유숙하고 눈을 부릅뜨고 (원천부내로) 들어갔다. 오후에는 눈바람이 크게 일어 지척이 분간되지 않았지만 마침내 광한루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늙은 기녀인 여진(女眞)과, 기생을 모두 물리치고 소동과 서리들과 더불어 광한루에 나와 앉았다. 흰 눈이 온 들을 덮으니 대숲이 온통 희었다. 거듭하여 소년시절 일을 회상하고는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춘향과의 추억이 없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나,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말이 마음에 닿는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에 왜 구태여 광한루로 갔을까. 안타깝게 헤어진 여인이 없었다면 말이다. (.......) 한양으로 아버지를 따라 떠났던 그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곧 고향으로 내려갔고 19세가 되는 1613년에 이웃 닭실마을의 부유한 집안 여인과 결혼을 했다. 그해에 혼수로 받은 유산으로 계서당을 짓는다. 그때 그곳에 서있던 큰 소나무 한 그루는 5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서 있다. 그 소나무에 의지하여 멀리 서남쪽의 남원을 쳐다보며, 가끔 어린 시절 헤어진 첫사랑 춘향에 대한 생각에 잠겼을까. 1664년(현종 15)에 70세로 눈을 감은 뒤 그는 부제학에 제수되고 청백리(淸白吏)로 녹천되었다. 깨끗한 생애에 깃든 애틋한 사랑은 소설보다 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성이성 암행어사는 전라도 귀신 해결사


▶스토리메모 = 춘향전의 이몽룡을 성이성과 반드시 동일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 민간설화를 비롯한 떠도는 이야기들이 그 속에 배어들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성이성 암행어사는, 당시 어사를 지낸 노진, 조식, 이시발, 박문수와 함께 당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스타급 어사였다. 미션을 받은 암행어사가 임지에 도달할 때까지의 생존율은 30% 미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많은 숫자의 암행어사를 선발하여 보냈고 또한 그 연령대도 20대 초반으로 체력이 뛰어난 사람들 위주로 선발하였다. 암행어사를 세 번이나 지냈던 성이성의 풍모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당시 전라도 지역에는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곳이 있었다. 상인이나 과거시험을 보러가던 선비들이 여러번 변을 당했는데, 성이성이 귀신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한다. 또 춘향전은 양반가 자제의 스캔들이라 하여 조정에서 판소리를 금하였으며, 사람들은 성몽룡 대신 이몽룡으로 바꿨다는 얘기도 있다. 경북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 있는 계서당(溪西堂)은 1613년 성이성이 짓고 기거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던 곳이다.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171호로 지정되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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