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 공천이라는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 의원의 생사 여부가 단순히 해당 지역구에 국한되지 않고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되고 선거에서는 수도권 판세와도 직결돼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6일에 이어 17일에는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으나 유 의원 공천 문제는 꺼내지도 못했다. 최고위는 오히려 공관위가 최종 결정할 문제라며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공관위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의 공천이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천 배제될 경우 가뜩이나 공천학살당했다고 생각하는 친유승민계나 친이계가 자극받아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친박계가 오히려 불만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유 의원 공천 문제에 대해 "굉장히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당 최고위회의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뇌관을 건들 경우 후폭풍이 예측불허라는 점을 짐작케 한다.
관심은 유 의원 공천 문제를 어떻게 결정해 언제 발표하냐에 모아져 있다. 비박계에서는 유 의원 공천이 수도권 판세와 직결되는 만큼 살려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역풍이 불 경우 여당의 수도권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반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유 의원 거취가 수도권에 영향이 있냐'는 질문에 "윤상현 의원을 컷오프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윤 의원 공천배제로 수도권 분위기를 다독인 만큼 유 의원 공천 여부가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유 의원을 공천배제해도 무방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천 여부의 발표시기도 관심이다. 조기에 매듭짓자는 견해와 시간을 두고 찬찬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이 위원장 뿐 아니라 친박계인 김태호 최고위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 공천은) 후보 등록(24∼25일) 전까지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기에는 가급적 무소속 출마까지 생각할 시간을 줄여 세력화를 막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 공천에서 배제되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의 명분을 주게 되는데, 최대한 공천결정을 늦추면 그럴 가능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 의원을 중심으로 친이 친유계가 연대를 통해 세력화하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지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힘겨운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이야 어떻든, 빨리 종결짓는 게 선거 판세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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