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 오늘 첫 판
인간의 창의성과 실수하지 않는 AI의 게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결전의 날이다. 인간 대표 이세돌 9단(33)과 기계 대표 인공지능(AI) 알파고(2, 2015년 개발)간 첫 대국이 9일 시작됐다.
이 9단은 세계 바둑 대회에서 18회나 우승했다. 통산 47회 우승을 차지한 현역 최강 바둑기사다.
이 9단은 조치훈 9단(60)과 조훈현 9단(63), 이창호 9단(41)과 함께 천재 기사로 불린다.
일본 바둑계를 제패한 조치훈 9단은 노력형 천재다. 세계 대회 등 모두 160회나 우승한 조훈현 9단은 창의적인 바둑을 두는 기사다. 상대방의 패를 흔드는 묘수는 지금도 따라올 기사가 없다.
최연소 세계 제패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이창호 9단은 끝내기의 귀재다. 다 죽은 돌을 살려 바둑의 흐름을 바꿔놓는 마술같은 바둑을 둔다는 게 세계 바둑계의 평가다.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하는 이 9단은 번뜩이는 기재, 창의적 묘수, 상대방을 흔드는 공격적인 바둑을 둔다. 굳이 말하자면 조훈현 9단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이 9단은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고, 당황한 상대방의 실수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문제는 알파고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알파고는 감정변화가 없다. 긴장하거나 지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이 9단은 8일 열린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인간과의 대결에서는 상대의 기운을 읽는 게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읽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대국중 실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위해 그동안 가상훈련을 했다. 혹여 첫 판을 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매일 1∼2시간씩 머릿속에 바둑판을 그리며 별도의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숫자는 알파고가 유리하다. 이 9단과 알파고의 (그동안)훈련시간은 3만 시간으로 추정된다. 시간은 비슷하지만 대국 횟수는 이 9단이 1만회고, 알파고는 10만회다.
초당 고려하는 경우의 수는 이 9단이 100개다. 반면 알파고는 10만개다. 이 9단(인간)은 직관적 판단에 따라 수를 읽기 때문에 검토하는 경우의 수가 적다.
바둑계는 이번 대국에서 이 9단이 승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기보(棋譜)로만 학습한 알파고가 이 9단을 이길 수 없다는 것. 또 창의성이 없는 알파고가 인간의 절대 영역인 창의성을 넘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바둑계와 달리 정보기술(IT)업계는 이번 대국의 승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대국을 인간의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기때문이다. 승패, 승자와 상관없이 이 9단이 직접 인류를 더욱 진화시키고, 인간의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디딤돌이 돼 주었다는 것이다.
세기의 대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언론과 IT업계 종사자, 바둑계 인사들이 이 9단이 첫 포석을 어디에 둘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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