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신원이 노출되지 않은 한 투자자가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 지분을 5% 가까이 확보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인수합병(M&A)을 노린 투자자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버버리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버리는 앞서 해당 투자자의 수탁인으로 등재돼 있는 HSBC에 투자자의 신원 확인을 요구했으나 HSBC는 이를 거부했다.
영국에서는 3%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5% 이상일 경우 신원을 공개할 수 있다.
HSBC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의 지분률은 지난달 11일 처음 5%를 넘겼고 4일 후에는 5.4%까지 확대했으나 이후 5% 미만으로 낮아졌다. 신원 노출 가능성을 피한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배후에 M&A를 노린 경쟁업체 LVMH나 사모펀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버버리는 영국 투자은행 로비 와쇼, 모건스탠리 등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투자은행 매쿼리 분석에 따르면 현재 버버리의 적정 몸값은 80억파운드 가량으로 추산된다. 매쿼리의 대니얼 가이아네라 애널리스트는 "버버리는 명품 업체 중 드물게 특정 가문의 이권이 개입돼 있지 않아 M&A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요가 줄면서 버버리의 시가총액은 1년 사이 25% 가량 줄어 현재 60억파운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 시장은 버버리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홍콩 시장의 매출 비중도 10%에 이른다. 중화권 수요 둔화가 버버리 실적에 직격탄이 되는 셈이다.
이에 버버리는 최근 2000만파운드 규모의 비용 절감에 착수했다. 패션쇼 행사는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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