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이 예상과 달리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급감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방예산을 7.6% 증액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2010년 한 차례만 7.5%로 잠시 낮아졌을 뿐 1989년 이후 줄곧 1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특히 1994년과 2006년에는 각각 29.34%, 20.38%를 기록,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국방예산은 8869억 위안(약 165조 원)이었다.
중국의 한 자릿수 국방예산 증액은 그동안 중국의 국방예산이 올해 어느 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빗나간 셈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대내적ㆍ대외적 수요가 모두 급증할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시진핑 체제가 지난 3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국방개혁의 뼈대가 지난해 말 사실상 완료됐고, '병력 30만 명 감축ㆍ군 정예화' 조치도 궤도에 올랐다. 중국은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 등 각종 차세대 전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해외기지 개척도 서두르고 있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영유권 갈등 상황이나 최근 악화한 한반도 정세 역시 중국의 국방예산 증대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이를 놓고 앞으로 중국의 군사력 강화 조치와 관련해, 통계자료로 발표되지 않은 '비공식 국방예산'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등에는 중국이 전략 무기 연구ㆍ개발비 등을 여타 예산 항목에 넣어 실제 국방예산 규모를 숨겨왔다고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무기 등 국방 장비 영역에 대한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시진핑 체제의 '군민융합 발전전략'은 실질적인 국방예산 증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날로 커지는 '중국 위협론'을 의식해 국방예산 증가율을 크게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 미사일과 레이더에 이어 전투기까지 배치하며 군사기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베트남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ㆍ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 'J-11 선양'과 'JH-7 시안' 등 전투기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J-11은 30mm GSh-30-1 기관포, PL-12/SD-10 공대공 미사일, 범용폭탄 등을 탑재한 중국의 주력 전투기이며, JH-7 시안은 중국이 독자개발한 2인승 다목적 전투기로 23mm 기관포, 레이저 유도폭탄, Kh-31P 대레이더 미사일 등을 갖췄다.
중국이 우디 섬에 전투기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중국 관영 매체가 우디 섬에 있는 J-11 전투기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전투기 배치는 중국이 지난주 우디 섬에 HQ-9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직후 확인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에 대한 갈등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2일 위성사진 분석자료에서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의 최남단 인공섬 콰테론 암초(중국명 화양자오ㆍ華陽礁)에 고주파 미사일 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고주파 레이더는 F-22 랩터, F-35 합동타격기(JSF), B-2 스피릿 폭격기 등 미국의 주력 스텔스기를 탐지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중국의 감시 역량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국방부는 파라셀 군도에 대한 중국 공군과 해군의 방어적 배치는 자위권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하고 있던 사항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력 증강은 지난달 말 미군 구축함이 남중국해 일대를 항행한 이후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국 해군 이지스 유도 미사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는 지난달 30일 파라셀 군도에 속한 트리톤 섬의 12해리(약 22㎞) 거리까지 접근했다. 중국의 미사일, 전투기 배치 등으로 인공섬 군사기지화에 속도를 내면서 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 중국과 미국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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