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생각할 수도 없던 일이 불가피한 일이 되고 있다' .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오후에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사설의 첫 문장이다.
바로 하루 전 네바다주(州)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둔 것을 두고 쓴 표현이다.
WP의 지적대로 트럼프의 네바다주 경선 승리 이후 워싱턴 정가는 물론 미국 사회에선 '설마했던 트럼프가 정말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것 같다'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가 거둔 네바다의 승리의 내용이 그야말로 눈부시기 때문이다. 일단 지지율의 격차가 압도적이다. 이번에 트럼프는 45.9%의 최종 득표율을 기록했다. 2,3위를 차지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23.9%)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21.4%)의 표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트럼프는 앞서 실시된 두 번의 경선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득표율은 30%대였다. 집중견제를 뚫고 약진한 것이다.
그의 인기가 전국적으로 기복이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는 북부와 남부 지역에서 승리한 데 이어 서부 네바다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과시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이번에 투표한 히스패닉 당원 중 45%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이고 과격한 이민 규제 정책 때문에 히스패닉계가 등을 돌릴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그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네바다 승리 이후 트럼프가 오는 3월 1일 11개주에서 실시되는 경선인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할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슈퍼 화요일 이후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독주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미 현역의원 중 처음으로 지지 선언도 나왔다. 크리스 콜린스 하원의원 등 2명이다. 공화당 주류의 경계심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캠프 주변에선 벌써 누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세라 페일린 전 알라스카 주지사,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컨 등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트럼프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공화당 주류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트럼프는 기존 공화당 노선과 동떨어진 정책을 다수 내놓고 있고 당에 대한 정체성에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루비오 의원을 중심으로 주류 정치인들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공화당 주류가 지닌 마지막 반전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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