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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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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1년, 영화와 드라마는 더욱 센 바람의 전도사?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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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나 미친 사람의 뇌는 둘 다 흥분한 상태다. 상상력 또한 치밀하다.”
사랑과 광기를 포용할 수 있는 단어로 불륜, 간통만 한 단어가 또 있을까.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평범한 일부일처 결혼생활에 슬그머니 숨어들어와 싹 튼 불륜이 횡행할 현재를 미리 내다본 것처럼 이 같은 예리한 문장을 남겼다. 불륜은 당사자 입장에선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피해자 입장에선 배신과 광기의 감정을 유발하는데 이는 인간의 욕망과 이에 따른 갈등에 목마른 영화와 드라마의 좋은 소재로 오랫동안 등장해왔다. 간통죄 폐지 1년을 맞은 오늘, 영화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가정은 오늘도 안녕하신지, 작품 속에 녹아든 불륜은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그들의 항변을 통해 살펴보려 한다.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SBS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캡쳐


“많이 받아주고 짧게 끝내는 것!”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에서 이혼전문변호사 조여정(고척희)은 자신을 찾아온 의뢰인이 이혼을 놓고 고민하자 거침없이 새 출발을 권유한다. 자신의 역할은 거기에 필요한 충분한 자본금을 마련해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짧고 명쾌한 이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간통죄 폐지 이후 소송에 나선 커플들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변호사 상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이 작품은 간통죄 폐지 전 공모전에 당선됐으나, 편성 이후 법이 폐지되면서 대본의 상당 부분을 수정하는 고충이 있었다고.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폐지 후 판례도 없고, 상황에 따른 법조인들의 해석이 다양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대본을 수정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영화 '바람난 가족' 스틸컷


“남편 말고 애인이 필요해”


영화 ‘바람난 가족’의 아내 문소리(은호정)는 남편이 변호사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갈구한다. 남편도 이미 젊은 애인이 따로 있다. 시아버지는 술에 절어 간암으로 복수가 터져 눈앞에서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는 초등학교 동창과 재혼선언을 날린다. 영화 속 가족은 서로의 욕망에 충실한 나머지 상대에게 사랑과 책임을 강요하지 않는다. 요즘 시선으로 봐도 쿨내 진동하는 이 가족 이야기가 벌써 13년 전 스크린에 등장했으니 ‘영화가 시대보다 앞서 간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드라마 '애인 있어요' 스틸컷


“불륜? 훔친 게 아니라 사랑이 내게 왔을 뿐”


드라마 ‘애인 있어요’의 박한별(강설리)은 가정이 있는 연구실 선배를 향해 당돌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밋밋한 결혼생활이 지루한 남자의 마음은 순식간에 흔들리고, 그녀에게 빠져든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충격에 자살을 시도한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기억을 잃은 아내가 다시 남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극 전개는 기억상실과 불륜이 어우러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여기서 불륜녀는 극 초반 갈등을 담당하다가 중반 이후에는 이들 부부의 사랑을 지지하는 조력자 기능으로 변모한다. 막장드라마에 녹아든 권선징악적 캐릭터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당신을 안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어”


영화 ‘인간중독’의 송승헌(김진평)은 아끼는 부하의 처에게 첫눈에 반한다. 자신을 장군으로 만들기 위해 내조에 몰두하는 아내와의 관계는 그가 속한 군대의 질서만큼이나 도식적이고 건조하다. 만나서는 안 될 그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남자는 이룰 수 없는 사랑 앞에 남자를 등지고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여자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여기에 자신의 아내에 대한 생각은 철저히 배제된다. 순간의 감정, 불가능에 대한 욕망이 단선적인 선택의 추동력이 된다. 서로를 사랑하고, 점차 감정이 깊어지는 상태를 굳이 ‘중독’이란 단어로 표현한 점에서 두 남녀의 결핍과 욕망의 위험성을 미리 엿볼 수 있다.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영화 '남과 여' 스틸컷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뭐든 할 수만 있다면”


개봉을 앞둔 영화 ‘남과 여’의 공유(기홍)는 우연한 만남에서 상대를 통해 자신을 오롯이 느낀다. 핀란드에서 우연히 전도연(상민)과 숲 속에서 동행한 것을 계기로 서로에게 몰입하게 되는 이들은 누군가의 남편 또는, 아내의 책임을 다하느라 자기 안의 외로움을 잊고 살다 사고처럼 일어난 닥친 사랑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배우자와 아이, 그리고 가정은 이미 너무 흔한 일상이기에, 우연같이 찾아온 사랑은 재난처럼 걷잡을 수 없이 각자의 삶을 뒤 흔든다. 정통 멜로를 표방한 이 서사의 핵심은 서로가 만나서는 안 되는 기혼자임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가진 한 욕구의 만족은 이내 새로운 욕구를 생성하기 마련이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상대에게 향하는 강력한 애착은 이내 소유욕으로 진화하고, 누구에게도 허락하고 싶지 않은 독점욕이 되는 순간 결혼에 이른다. 문제는 결혼으로 성취되는 순간 사랑의 감정은 서서히 식어 하강 곡선에 안착하고, 새로운 욕구를 갈망한다는 점이다.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스틸컷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김주혁(노덕훈)은 어떻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냐는 여자 손예진(주인아)을 설득하고 꼬드기고 애원해서 결혼을 강행한다. 그는 이 결혼을 통해 그녀를 독점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지만, 행복도 잠시.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그와도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충격에 빠진 남자는 아내를 다른 남자와 나눠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고뇌한다. 만약 두 남녀 사이에 서로의 연애스타일을 존중(?)하겠다는 모종의 약속이 선행됐다면, 여자의 이중생활은 아무런 문제 없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만 놓고 본다면 일부일처제에 목숨 거는 김주혁의 순정이 안쓰럽고 또 답답할 지경이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랑의 생물학적 유효기간은 18~30개월이라고 한다. 법이 사랑의 책임을 강제할 순 있어도 그 감정의 순도는 강제하지 못한다. 실제 간통죄가 존속된 과거에도 기어이 간통한 배우자와 그 상대를 철창에 보내기 위해서는 직접적 증거를 제출해야 했기에 형사적 책임을 묻는 일은 상대의 사회적 위치와 명예에 대한 모욕의 의미가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기혼자이기에 더…사건은 거기서부터 사진 = 영화 '하녀' 스틸컷


“집에 젊은 하녀를 둔 것이 아마 범의 입에 날고기인가보다!”


영화 ‘하녀’에서 아내 주증녀는 젊은 하녀를 향한 남편의 눈빛을 감지하고는 매섭게 남편에게 일침을 놓는다. 사실 이 장면은 이미 비극으로 치달은 가정의 파탄이 한 컷의 인서트를 통해 액자구조로 전환되며 상황을 논평하는 마지막 신에 등장하는 대사로, 남편은 그런 아내의 일침에 높은 산을 보면 올라가고 싶고, 여자를 보면 원시로 돌아가고 싶다며 껄껄 웃어넘긴다. 영화를 만든 김기영 감독은 가정 있는 남자가 젊은 여자를 만나 패가망신하는 서사를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생전, 김영진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남자들은 다 똑같아. 여자 생각만 한다. 나도 바람피우고 싶지만 잡혀갈까 봐 못 하는 거야. 당신도 그렇지?”라고 답해 인터뷰어를 아연케 했다.


간통죄가 사라졌다고 해서 간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가 일찌감치 드러내지 않고도 표현했던 인간의 내밀한 감정과 긴장은 앞으로 보다 다양한 귀책사유와 위자료를 바탕을 질료 삼아 한바탕 활극으로 진화할지 모른다. 현실의 불륜 종착지가 그러하듯이. 그러기에 불륜에 나서기 전, 떨리는 감정을 주체 못 하는 주인공에게 한 마디 조언하고 싶다. 부디 하지 말기를, 한다면 들키지 말기를, 혹 들켰다면 통장 잔고를 꼭 확인하기를!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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